“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있고, 선수들 모두 우승에 목마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이루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하게 묻어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6)는 올해 다시 한 번 우승을 목표로 달린다. 그리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다. 복귀 시즌 이대호는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540타수 173안타) 34홈런 111타점 OPS 0.924의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지난해 복귀와 함께 롯데의 주장을 맡으면서 선수단을 아우르고 이끌며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이대호 스스로는 선수들 모두의 덕이라고 말하지만, 이대호가 없었다면 롯데의 가을야구가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이대호의 시선은 높아졌다. 가을야구는 기본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롯데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대호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그 이유 역시 명확했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 캠프의 두 번째 턴에 들어섰다. 몸 상태는 어떤가?
▲몸 잘 만들어왔고 전지훈련이 늦게 시작해서 몸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한 파트 지났는데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융화가 잘 되는 것 같은가?
▲ 지금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다. 나간 선수들이 있고 들어온 선수들이 있고, 베테랑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 중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분위기 맞춰서 오는 것이고, 베테랑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많이 봤던 선수들이다. 기존의 선수들과 어울리는데 지장 없는 것 같다.
- 올해 역시 캠프에서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 저도 파이팅 내는 것을 좋아하고 주장을 맡으면서 투수 쪽은 (손)승락이에게 얘기했는데, 승락이도 파이팅을 잘 내고 파이팅을 좋아하는 선수다. 선수들 모두가 파이팅을 잘 내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억지로 내라고 하는 것보다는 장난도 치면서 같이 파이팅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재밌게 캠프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 2년 연속 주장을 맡았다. 사실 올해는 주장을 내려놓고 싶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 사실 제 야구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재계약 하시면서 한 해만 더 부탁한다고 하셨고,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저도 성적 내고 싶지만, 이제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희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좋으면 분위기도 좋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내가 잘하고 지는 것보다는 내가 못해도 이기는 것이 더 좋다.
- 지난해 개인의 퍼포먼스를 평가하자면?
▲ 우승을 하고 싶어서 롯데로 돌아 왔다.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것에 만족은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위에 올라갔으면 좋았을 법 했다. 이제는 플레이오프보다는 한국시리즈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중간에 떨어지면 의미 없다. 개인적인 성적도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 작년에 여러 가지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주장이기에 참는 모습들이 보였다.
▲ 원래 힘든 것을 내색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못해서 못하는 것이지, 누굴 탓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적은 돈을 받고 온 것도 아니고 구단이 바라는 것이 많이 있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부분도 있고, 팬들도 잘하는 것을 원하고 기대를 한다. 잘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는데, 그 시기는 무조건 지나간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누구 한 명의 롯데가 아니기에 팀이 이기는 것에 더 신경쓰도록 할 것이다. 사실 제 스스로 모든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6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무대, 적응기가 필요했나?
▲ 팀 적으로는 적응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에 오랜 만에 돌아오니 생소한 투수들 많아졌고 구장도 바뀌면서 모르는 게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한 번 경험해봐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1년 동안 느꼈던 부분을 바탕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 고효준, 채태인 등 어린 시절 함께 야구했던 선수들이 돌아왔다.
▲ 마음은 즐겁다. 나이가 든 만큼 야구장에서 내색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후배들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사실, (고)효준이와 (이)명우는 입단 동기다. 데뷔 첫 해에는 투수로 함께 캠프를 갔다. (채)태인이와도 중학교 때 태인이가 투수, 내가 포수를 하면서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야구를 재밌게 했다. 어렸을 때 그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기분 좋다.
- 올해 캠프를 보면서, 주장으로서 어떤 성적을 거둘 것 같은 예감이 드는가?
▲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경험하고 올해 스프링캠프를 왔다. 이제는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을 목표로 한다. 선수들 모두 우승에 목말라 있고 눈빛이 달라졌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이제는 더 위를 바라보고 있다. (민)병헌이도 부산 팬들 앞에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채)태인이도 고향인 부산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 롯데 선수로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시즌보다 큰 것 같다.
▲ 사실, 일본에서 우승을 해봤지만 우승은 안 해 본 사람은 진짜 모른다. 일본에서 우승을 해봤지만, 롯데란 팀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 이 땅에서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나도 롯데 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감동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우승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더 잘해야 할 것 같나?
▲ 우리 팀이 지금 똘돌 뭉쳐있다고 생각한다. 실력으로 이기는 경기도 있지만, 힘든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3위를 하고 올라가면서 그런 힘이 생긴 것 같다. 투수와 야수진의 믿음이 생기면서 투수들도 자신 있게 던지고 야수들도 여유를 갖고 했다. 지난해 접전의 경기들을 통해 3위를 한 것이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이렇게 하면 이기겠구나' 하는 경험을 한 것 같다. 타선도 (강)민호와 (최)준석이 빠졌지만 병헌이와 태인이가 들어오면서 없는 선수들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조합이 잘 맞으면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
- 개인적인 목표란 것이 있을까?
▲ 개인 성적은 우승을 하면 따라올 것이다. 팀이 이기고 선수들이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제 타석에서도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