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감독 A씨가 수상 박탈은 물론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도 영구 제명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성폭행 관련 피해 여성들의 폭로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지난 5일 이사회 소집 결과 A씨에게 수여된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다는 것을 공지했다. 지난 2일 A씨의 범죄 사실을 인지한 이후 3일 만에 이뤄진 재빠른 조치였다.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의 범죄는 경찰과 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확정 됐기에 A씨에 대한 조처 역시 발빠를 수 있었다. A씨는 2015년 동기인 감독 B씨를 준유사강간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유죄가 인정된 범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영화를 만들었고, 올해의 여성영화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진 뒤에 파장은 법조계는 물론 문화예술계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MBC에서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PD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서지현 검사 이전에도 존재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와 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SNS를 통해서 꾸준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A씨처럼 재빠른 조처가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경찰 조사와 재판의 문턱에서 범죄가 입증되지 못했고, 재판까지 가서 처벌 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약자의 폭로가 곧 진실이고 정의는 아니다. 하지만 미투 운동으로 인해서 용기를 얻은 이들의 폭로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여전히 세상은 피해자 보다 가해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 조차도 성범죄에 시달리고 결국 인터넷을 통한 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집행하는 검사마저 제대로 된 처벌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직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현실은 열악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범죄 피해 사실 자체가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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