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감독이 동료 영화인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나 이 여성 감독은 사건 관련 재판 기간 중 수상까지 했다고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자 어렵게 용기를 냈다.
피해자인 여성 영화감독 B씨는 지난 1일 SNS에 "나는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공개 즉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해자 A씨의 죄명은 준유사강간으로, 대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재판 기간 동안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은 물론이고 영화제에 모두 참석했으며,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까지 수상했다. B씨는 "가해자의 행보는 나에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B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침묵하라"였다고 밝히며 2년을 혼자 속앓이를 했다고도 했다. 성폭행 피해만큼이나 기성 영화 감독이자 이 일의 배경이 되었던 학교 교수로부터 받았던 고소 취하 종용 등의 2차 피해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것.
실제로 피해자들이 성폭행 피해에 대한 언급을 두려워하는 건 사회적인 시선과 겁박 등의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 B씨 역시 이 때문에 고민했고, 가슴 앓이도 심하게 했다.
그럼에도 B씨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니가 합의를 해주면 다음에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너의 판례에 기대어 다음의 가해자 역시 약한 처벌을 받을 거다. 그러니 이왕 용기낸 것 끝까지 힘내라"라는 응원의 말이었다고.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이 용기를 내준다면 자신의 폭로가 의미있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샘성폭력 사건을 다른 한 르포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폭로다'라는 말을 접했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폭로 이후에 일어날 파장이 내 삶을 그날 이후로 또 한 번 변화시킬까 두려웠다. 그러나 어제 또 한 번 나는 한 여성의 용기를 접했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그 말은 나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두들겼다."(B씨 SNS 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관계자는 5일 OSEN에 "A씨에 대해 영구 제명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명 여부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여성영화인 모임에서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A씨의 수상 취소를 결정지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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