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키운 스타들이 2상6방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 기존에 없던 캐릭터로 수감자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교도관 송담당이 그 주인공이다.
배우 강기둥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기획 이우정/ 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에서 다소 빠른 말투를 구사해 극에 유쾌함을 더해준 송담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그는 항상 붙어 다니던 교도관 준호(정경호 분), 팽부장(정웅인 분)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것은 물론, 2상6방 멤버들에게도 밀리지 않은 개성을 뽐내며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
이에 OSEN은 송담당으로 완벽히 변신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 강기둥과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눠봤다.
이하 강기둥과의 일문일답.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극 중 역할이 교도관인 만큼 2상6방과는 또 달랐을 것 같아요.
"2상6방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니까 티격태격 케미가 주를 이뤘다면 저희 교도관들은 서로 도와야 하기 때문에 누가 힘들어하면 '힘내세요' 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저도 이러한 분위기에 잘 맞춰가려고 했고요."
Q. 대사를 빠르게 처리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분량이 많진 않은데 한 번 나올 때 양이 많더라고요. 또 속도가 빨라야 하니까 그걸 잡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나중에는 노하우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빨라졌어요. 단어별로 하다 보면 리듬도 생기고 거기에 느낌을 넣는 단계를 밟아가면서 연습을 했거든요."
Q. 인터뷰 중 말투는 오히려 느리신 편인 것 같아요.
"말을 빠르게 계속하다 보니 오히려 느리게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렇게 빠르게 말하지 않았는데 드라마 촬영 후 저절로 빠르게 말하게 되어서 요즘은 느리게 말하려고 의식하고 있어요.(웃음)"
Q. 개인적으로 송담당이 준호에게 덤덤하게 자신이 고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의아했던 부분이에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고아야? 고아래'라고 했거든요. 어떻게 해석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없을 수도 있고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제가 진짜 고아라면 그 사실을 오히려 덤덤하게 이야기할 것 같아 그렇게 연기했어요. 그래도 송담당은 그 설정으로 좀 더 캐릭터가 풍부해진 것 같아요. 저 또한 송담당을 더 잘 알게 된 장면이기도 하고요. 송담당을 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이어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Q. 실제로 정경호씨는 어떤 분이셨나요?
"정경호 형에게 많이 배웠어요. 저는 무대에 주로 섰던 배우라 브라운관 경험이 적었거든요. 그런데 경호 형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구력을 무시할 수 없구나 싶었어요."
Q. 유독 많은 도움을 준 선배님이 있으신가요?
"정웅인 선배님께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네가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는 더 가도 될 것 같다', '이 부분에선 네가 과한 것 같으니 흘러갈 수 있게 해라' 등의 조언들을 해주셨거든요. 정웅인 선배님 덕분에 송담당이라는 인물을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어요."
Q. 유독 기억에 남는 배우는요?
"정해인씨가 기억에 남아요. (극 중에서) 제 목숨을 살려준 분이기도 하고요. 저도 감사해서 애정 표현을 많이 했죠.(웃음) 정해인씨는 실제로 생각도 깊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어요. 술을 잘 하더라고요. 나이도 비슷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아요. 허물을 많이 벗었어요. 그 친구가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그 친구도 절 많이 좋아해 줬어요. 빨리 친해진 케이스에요."
Q. 낯을 가리는 편이신가 봐요.
"네.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말을 걸어주기 전까지 잘 못하거든요. 질문을 하면 대답은 잘 하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는 걸 잘 못해요."
Q. 그동안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 중 응원해주신 분이 있나요?
"안재홍 형이 KBS2 '쌈, 마이웨이' 촬영 당시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들어갈 것 같다고 하니까 '너무 잘 됐다'고 해주셨어요. '신원호 PD님 믿고 따라가다 보면 괜찮을 거다'라고 말해줬죠. 나중에 방송 중에 연락을 주셔서 '잘 보고 있고 재밌다. 앞으로 이 페이스대로 가면 될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했어요."
"또 손호준 형하고도 최근 영화 '엄니'를 함께 했어요. 안재홍 형도 손호준 형도 다들 신원호 PD님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평소에도 허물없이 지내시고요. 손호준 형도 '잘 됐다'면서 응원해주셨어요."
Q. 신원호 PD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장난치는 걸 좋아하세요. 농담도 잘 하시고요. 그게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비결인 것 같아요. 배우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게요. 일단 그림을 먼저 그린 뒤 그 안에서 배우들이 하는 걸 보고 그 다음에 디렉팅을 하세요. 캐스팅을 오래 하신 만큼 배우들을 믿어주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약간의 수위 조절은 하세요. 저희가 너무 신나서 막 나가면 '그것보다 낮추는 게 좋겠다'라고요. 또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을 땐 '이것보다 더 재밌는 걸 해보자'고 하세요. 일반적인 거랑 다른, 반대의 생각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송담당이 팽부장의 뒷담을 까는 교도관에게 한소리 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캐릭터적으로 송담당이 누구한테 성질내는 장면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송담당이라는 인물을 더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Q. 어떻게 배우가 됐나요?
"배우는 자연스럽게 됐어요. 중학교 때 학교 축제에서 연극을 올린 적이 있어요. 연극을 하면 대놓고 장난도 칠 수 있어서 신나게 놀았죠. 당시 연극 선생님과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여기에 어떤 사물이 있다고 믿으니까 진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것들이요. 나중에는 연기를 더 알고 싶어서 선생님께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죠. 하지만 선생님께서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좀 우울해했지만 전국에 있는 예고를 찾아보다 안양예고에 합격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하나하나 연기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학교도 연극영화과를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서게 됐어요."
Q. 연기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제가 집에 제주도라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처음으로 수도권에 올라왔을 때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 외에도 더 잘하고 싶어서 고통의 시간을 겪긴 했지만 '이거 괜히 했다'라고 후회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연기 때문에 제 인생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요?
"제가 계속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마냥 즐겁게만이 아니라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저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요. 많이 알아서 잘난척한다기 보다 그걸 인간적으로 잘 풀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요? 무대와 매체의 차이점은요?
"장르는 구별하지 않아요. 장르보단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 잘 녹아낼 수 있는 역할을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에도 카메라를 통한 언어가 있고 관객을 향한 언어가 있는데 아직 전 무대 위에서의 언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의 언어를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 흥미로워요. 하나씩 소통되어가는 기쁨이 있어요."
Q.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나요?
"최근에 한 역할들이 대부분 선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아픔을 많이 가진 인물들에게 눈이 가는 것 같아요."
Q. 올해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새해 복 많이 받고 싶고요.(웃음) 드라마가 끝났으니 잘 쉬면서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여유 있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하고 싶고요. 선을 잘 지키는 게 제일 어려운 듯싶네요.(웃음) 어떻게 하면 건강하면서도 재밌게 촬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잘 구현해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정도로 사랑해주실 줄 정말 몰랐어요. 제가 나중에 다른 역할로 찾아뵈어도, 말이 느리거나 어색해도, 여전히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생각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nahee@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