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에서 정상을 노리는 두 여걸 이상화(29, 스포츠토토)와 고다이라 나오(32, 일본)가 제대로 맞붙는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여자 500m.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와 일본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고다이라가 정면으로 격돌한다.
최근 기세는 고다이라의 압도적인 우위. 그는 소치 올림픽 이후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걸쳐 기량이 급상승한 상태다. '성난 고양이'라 불리는 독특한 자세를 택한 이후 고다이라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500m 출전 전 경기를 포함해 24회 연속 우승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제'라 불리던 이상화도 종아리와 무릎 등 부상 여파로 제 기량을 찾지 못하며 고다이라의 질주를 막아서지 못했다.
이상화는 최근 부상을 이겨내고 본격적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실제로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점점 기록이 좋아지고 있다. 고다이라와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지난 시즌 한 번도 36초대에 진입하지 못했던 이상화는 이번 시즌 36초대에 3차례 진입하며 기록 단축에 성공했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 월드컵서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은메달을 차지하며 고다이라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승부의 관건은 36초대 진입 여부이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36초대는 빙질이나 고도에서 기록을 내기에 좋은 캐나다 캘거리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만 나왔다.
3차 캘거리 월드컵에서 고다이라는 36초 53, 이상화는 36초 86로 0.33초 차이였다. 4차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는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1차 레이스에서 고다이라는 36초 50, 이상화는 36초 71로 0.21초까지 차이가 줄었다. 2차 레이스에서는 고다이라가 36초 54, 이상화가 36초 79로 0.25초 차였지만 역시 0.2초대 간격이었다.
연속 우승을 달리고 있는 고다이라도 이번 시즌 캘거리나 솔트레이크시티를 제외하곤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1차(네덜란드 헤이렌베인 37초 29)와 2차(노르웨이 스타방에르 37초 08) 대회에서는 36초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고다이라는 지난 시즌 출전할 때마다 우승한 월드컵 시리즈는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석권할 때도 36초대 기록은 내지 못했고 이 모든 대회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열렸다.
지난해 2월 이번 올림픽이 열릴 강릉빙상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고다이라는 37초 13, 이상화는 37초 48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벌어진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고다이라가 37초 39(2위 이상화 37초 70)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다이라는 아시안게임 직후 캘거리에서 개최된 세계스프린트선수권 1차 레이스서 36초 75로 개인 첫 36초대 진입에 성공한 뒤 2차 레이스에서도 36초 80에 질주하며 모두 우승했다.
이런 양상은 이번 2017~2018시즌도 마찬가지로 고다이라는 월드컵서 3차례 36초 50대 기록을 내고서도 지난해 12월 말 나가노에서 열린 일본 대표 선발전에서 국내 링크 최고 기록이긴 했지만 37초 13에 그쳐 역시 36초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2013년 1월 36초 99의 당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일찌감치 36초대에 들어서 36초 36(100m 10초 06, 2013년 11월 솔트레이크시티)의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화 또한 유럽 및 아시아권 링크서는 36초대 기록이 없다. 지난해 강릉서 마크한 37초 48이 국내 최고 기록이다.
이번 시즌 3차례 36초대를 끊은 이상화는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마감한 뒤 첫 출전이었던 지난달 동계체전(태릉)서 38초 21에 그쳤으나 지난 4일 B급 국제대회이긴 하지만 독일 프릴렌제컵에서 37초 18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 외에서는 36초대를 마크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기록이다.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강릉선수촌에 들어온 고다이라는 지난 1월 나가노서 훈련하면서 가진 500m 연습 레이스 후반 400m 랩 타임서 자신의 최고 기록(26초 23)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다이라의 500m 최고 기록은 36초 50이고 100m 최고 기록은 10초 14다.
평창올림픽 500m는 1,2차 레이스를 펼쳤던 종전과 달리 단판승부로 진행된다. 단 한 번의 36초대 기록이면 이상화는 올림픽 3연패라는 불멸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다. 5일 귀국한 이상화는 6일 강릉선수촌에 입촌, 최종 점검에 나선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