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정형식 "프로의 소중함 깨달아…팬들께 죄송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05 11: 01

"정말 죄송할 뿐이죠. 다른 말씀 드릴 게 있겠어요?"
일본 시코쿠아일랜드리그plus 산하 독립야구단 4개 팀(고치 파이팅 독스, 카가와 올리브가이너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에히메 만다린파일럿츠)은 3일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서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
참가자 가운데는 정형식(27)도 있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정형식은 2009년 삼성에 2차 2라운드로 입단했다. 정형식은 데뷔 3년차인 2011년부터 차츰 1군 기회를 얻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주무기로 1군에서 활용폭이 높았다.

정형식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장 기회를 늘렸다. 이어 그는 2013년 120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49득점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2014년 52경기 출장으로 주춤했던 상황. 정형식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다.
정형식은 2014년 9월 대구 시내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건물 벽을 들이받았다. 삼성은 정형식을 즉시 임의탈퇴 처리했다. 팬들에게 알려진 정형식 이야기다.
그는 이후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현역병 입대를 알아보던 중, 오른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손상된 인대를 수술하자 공익근무요원 판정이 내려졌다. 정형식은 2015년 9월부터 공익근무요원 근무하며 재활을 거듭했다.
지난해 9월 소집해제한 그는 현역 복귀를 위해 트라이아웃 현장에 나타났다. 정형식은 "그간 야구가 정말 그리웠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공익근무요원 시절, 퇴근 후 모교인 광주진흥고에서 매일 같이 운동했다. 하지만 이렇게 팀 소속으로 경기한 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형식은 이날 트라이아웃 청백전을 통해 간만에 실전 타석을 맛봤다. 그는 "완전히 타이밍이 늦을 거로 생각했는데, 또 막상 그러진 않았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그런 것 같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불러준다면 꼭 가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때 그가 기댄 곳은 결국 선배였다. 친형인 정영일(SK)은 SK 입단 테스트를 알아보는 등 동분서주했다. 박석민(NC)은 광주 원정을 떠날 때면, 정형식을 불러내 밥 한 끼라도 사먹였다. 정형식을 마산으로 초대해 직관까지 시켜줬다. 정형식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야구를 안 보려해도 오후 6시30분이면 습관적으로 틀고 있었다. 직관을 가니까 또 다르더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몇몇 음주운전 전력 선수들은 나름의 징계를 소화한 뒤 다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정형식은 여전히 프로 복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 정형식의 생각은 달랐다. "주위에서 그렇게 얘기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같은 처지의 누군가가 지금 야구를 한다는 자체가 다행이다. 굳이 많은 사람이 힘들 필요는 없다".
정형식이 구단을 모색한다면 삼성은 즉시 임의탈퇴를 풀어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팬들의 용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형식이다.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내게 질책하시는 목소리는 결국 그만큼 기대하셨기 때문이다. 거기에 실망을 안겨드린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할 말 없다". 일본 독립리그 측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과연 정형식의 야구 시계는 다시 달릴 수 있을까. /ing@osen.co.kr
[사진] 고척=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