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또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윤종신의 머리 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월간윤종신'을 통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리슨'으로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미스틱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움직이는 그는 남보다 한 발 앞선 시선으로 트렌드를 기민하게 좇고 있다.
그런 윤종신을 서울 모처의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리슨 스테이지'를 위해 연습 중이던 그는 잠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음악 시장의 현 주소와 40대 아티스트로서 가지는 소회, 앞으로 엔터 산업의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윤종신과의 일문일답.
◆'좋니'의 인기비결은 '불특정 다수'의 압도적 지지였다.
불특정 다수가 '좋니'에 힘을 실어주다보니 그렇게 됐다. 불특정이 움직여서 차트 위로 올라가는 것, 그게 유행가 아닐까. 지난해 나온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대표적인 유행가이자 히트곡이 아닐까.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유행가가 되고 히트곡이 될 수 있다. 엑소 '코코밥'도 팬덤이 기본적으로 밀어주면서 대중도 많이 들은 히트곡이다. 좀 더 시기를 앞으로 당기면 슈퍼주니어 '쏘리쏘리'가 좋은 예다.
◆확실히 대중이 와야 롱런이 가능하더라.
모든 기획사가 대중을 향해 달려야 한다. 그런 노래는 삶에 대한 얘기와 애환을 담아야 한다. 노래가 어떤 이야기와 담론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거다.
◆그래서 '대세' 워너원을 두 번이나 넘은 것이냐.
아이고, 워너원에게 미안해 죽겠다. 그나저나 김재환이라는 친구가 노래를 엄청 잘 한다던데, 맞나?
◆노래 잘 한다. 각설하고, 윤종신의 가사는 전 연령대에 통하는 공감대가 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015B와 신해철이 내 곁에 있었던 건 정말 큰 복이다. 그들은 항상 '발상의 전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나?' 하고 노래를 연구하려 하지 않는다. 차트에 있는 노래도 일부러 듣지 않는다. 결국 성공하는 건 꾸준히, 오래, 좋은 음악을 하는 이들이다.
◆예를 든다면?
재작년 우효의 노래를 듣고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 또 윈디시티도. 노래가 일단 맛있으니까 차트에 '스물스물' 올라오는거다. 올해 유심히 보는 친구들은 잔나비다. 영국 변두리 애들같은 느낌이 정말 좋다. 그대로 밀고 계속 가야한다. 분명 반응이 올 것이다. 모든 콘텐츠는 '스물스물' 해야한다. 계속 던지다보면 대중은 슥 몰려온다. 박재정도 지난해 정말 잘 했다. 곡이 히트하진 못했지만 팬덤이 늘었다. 미스틱에서 내가 맡는 아티스트들은 어디선가 계속 복작복작 음악할 수 있는 생태계 속에 넣어놓을 것이다.
◆'꾸준히·열심히'라는 음악 지론이 돋보인다
'윤종신처럼 계속 하니까 저런 일이 생기는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참 기분 좋다. 가장 정확한 평가이기도 하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마치 열심히 한 자에게 돌아오는 덤처럼 '빅 히트'가 온다. 한방을 노리고 겜블하면 안된다. 한방만을 노리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참. 방탄소년단도 데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며 성장해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 아니냐. 그게 맞다.
음악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난 콘서트 무대에 오를 때 마다 '버드맨'이라는 노래를 항상 한다. 차트에 있어본 적 없는 노래지만, 꾸준히 노래하니 조금씩 리퀘스트가 생기더라. 이는 곧 노래엔 유효기간이 없다는 뜻이고, 미스틱이 원하는 노래도 바로 이 것이다. 오후 여섯시에 음원 나온 뒤, 자정에 자포자기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빨리 승부를 보려고 하는지. 노래가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역주행이 정상인거다.
◆동년배 가수들의 신보 텀이 긴 것에 비해, 확실히 다른 행보다.
삶의 애환과 인생 속 이야기를 누군가 해줘야 한다. 그래서 40대, 50대 뮤지션들이 음악을 놓으면 안된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걸 느끼는 사람들이 그걸 노래해줘야 한다. 이적과 유희열 등 친한 음악 동료에게도 음악을 자주 발표하길 권한다. '월간윤종신'처럼 매달 음악을 내겠다고 약속하지 않더라도, 2~3달에 한 곡씩 내도 참 좋을텐데. 뮤직팜엔 참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음악을 자주 내줬으면 한다. 이적 김동률 존박 곽진언의 노래, 얼마나 좋나. 1등도 하고 50등도 하고 100등도 하면서 음악을 계속 내주길 바란다.
◆사실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성적이 따라오지 못할까 겁이 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차트에 내 노래가 없으면 '망한 커리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차가운 반응이 돌아올까 겁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차트 순위는 가수의 파워가 아니다. 좋은 노래가 차트 안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1등은 마치 '덤'같은 일이라 생각해야 한다. 우리 나잇대의 아티스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자주 던졌으면 좋겠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의외다. 아이돌과 다양하게 음악 작업을 하는 걸 보며, 순위에 어느정도 신경을 쓸거라 생각했다.
다른 의미 없이 아이돌과도 음악을 해보는 거라 생각해달라.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아이돌에 선입견이 있기도 한데, 난 아이돌과 음악하면 재밌더라. 내 노래를 부를 땐 아이돌이 아닌 '싱어'일 뿐이다. 엑소 첸도 노래를 잘 한다더라.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방탄소년단 정국의 '화답'도 접했다.
◆윤종신의 음악이 여전히 감각적인건, '상념', '와이파이' 등 실험적인 노래를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월간윤종신'은 내가 자비로 운영하는 '미스틱 실험실'이자 랩(Lab)이다. 난 그저 재밌을 것 같은 음악을 한다. 음악을 제대로 배운 사람들은 내 음악에서 '안 배워서 나오는 멜로디'가 있다고 하더라. 말도 안되는 멜로디인데 내가 해서 리즈너블하다는 것이다. 사실 '와이파이'는 데모 버전 파일명이 '또라이 발라드'였다. 그만큼 특이한 것이다. '월간윤종신'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 민서도 '좋아'를 통해 일종의 실험을 한 것이었고.
◆'월간윤종신'이 실험이라면, '리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월간윤종신'은 윤종신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을 하는거라면, '리슨'에서는 내가 주도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미스틱 아티스트들이 자생적으로 음악을 계속 냈으면 좋겠다. 다양한 방식으로 아티스트들이 브랜딩 되고 그 곳에서 두각이 드러나면 쏙 뽑아서 정식 데뷔하게 되는 루트로. 분명히 '리슨'을 통해 누군가가 뾰족하게 튀어나올 것이다. 그럼 툭 빼서 대중 앞에 가면 된다. 아티스트도 연습생도 아닌 그 애매한 지점이 그들의 새로운 콘텐츠가 될 것이고, 그들에게 대중이 몰려들 것이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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