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떠날까 남을까...'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선택지 3장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8.02.04 16: 26

MBC 예능국 김태호 PD에게 '무한도전'은 양날의 칼이다. 성배이자 독배다. 성배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PD라는 명예와 인기다. 독배는 십수 년째 오로지 한 개 프로에 고착된 상황이다. 이제 '무한도전=김태호'라는 공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안에서 원했든 밖에서 강요했든, '무한도전'은 지금 개편을 논의 중이다. 김태호 PD는 이제 어떤 길을 가는걸까.
그의 앞에 놓여진 선택지는 크게 3장으로 짐작된다. 첫째는 MBC를 떠나서 새 둥지를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김 PD의 영입에 물밑 교섭에 나섰던 사례는 부지기수다. CJ E&M 계열에서 KBS 이명한, 신원호, 나영석 트리오를 데려가고 JTBC 등 종편에서 지상파 3사의 알짜배기 PD들을 다수 빼갈 때, 김 PD의 이름도 늘 후보 명단에 오르내렸다. 방송 뿐 아니다. 얼마전 대형 기획사들의 특급 PD 영입전 당시에도 김 PD는 스카웃 대상 1순위였다.
김 PD가 끝내 MBC를 떠나지 않은 데는 무엇보다 '무한도전'과의 연결 고리가 큰 작용을 했다는 게 통설이다. 친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부모의 심정이랄까.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장수 주말 예능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무한도전'은 그대로 김태호 PD의 예능 인생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에는 충성도가 강한 '무한도전' 팬들을 배신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친정인 MBC에 남아 관리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MBC 예능국에는 지난 몇 차례의 스카웃대전을 겪으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특A급 PD들이 다수 유출됐다. 흔들리는 예능 왕국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선 김 PD의 역할이 달라져야할 시기인 게 분명하다.
세번째는 '무한도전'을 시즌제로 바꿔 김 PD 자신은 물론이고 출연 및 제작진 모두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또 따른 10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MBC 사측은 세번째 안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무한도전' 측은 4일 OSEN에 "3월 말 봄개편을 앞두고 '무한도전'이 일정기간 휴식을 갖고 시즌제로 가느냐, 아니면 기존 제작진에 휴식을 주고 새 제작진이 이어가느냐 등 여러 방법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논의중"이라는 입장 발표의 상당수는 변화를 인정하는 발언이라는 게 상식이다. MBC '무한도전'과 김태호 PD는 올 봄, 어떤 식으로든 새 모습과 관계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게 분명하다. 김 PD가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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