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만 기다리고 있죠.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좋은 얘기만 나왔으면 좋을 텐데요…".
일본 시코쿠아일랜드리그plus 산하 독립야구단 4개 팀(고치 파이팅 독스, 카가와 올리브가이너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에히메 만다린파일럿츠)은 3일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서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
참가자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곧 경북고를 졸업하는 배지환(19)이다. 배지환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불참 선언 뒤 미국 진출을 택했다. 애틀랜타와 30만 달러에 계약한 뒤 약 한 달간 교육리그에서 뛰었지만, 이후 MLB 사무국은 배지환과 애틀랜타 구단 사이에 이면 계약이 존재한다며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다.
KBO 규약에는 '한국프로야구 선수로 등록 없이 해외 구단과 계약을 한다면, 2년간 국내에서 뛰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쟁점은, 배지환의 계약이 무효냐 발효 후 취소냐 여부였다. 하지만 KBO는 계약 발효 후 신인드래프트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2년 자격 유예 징계를 내렸다.
배지환은 지난해 12월21일 서울중앙지법에 KBO 상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육성선수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만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배지환은 올 시즌부터 육성선수로 프로 입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당초 1월말까지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
트라이아웃 종료 후 만난 배지환은 "가처분 신청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가 늦어지고 있다. 담당 변호사가 과거 전례를 살폈을 때, 지난 주중에는 나올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만 19세의 어린 나이. 동갑내기 친구들이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 배지환은 법정에 섰다. 그는 "다른 친구들처럼 야구를 잘해서, 좋은 얘기로 기사나왔으면 좋겠다"라며 "뭔가를 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마음이 아프다. 이야기가 내 뜻과는 다르게 와전, 왜곡되는 데 상처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만큼 더욱 의연한 자세다. 배지환은 "결과가 안 좋아도 괜찮으니 빨리만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부모님은 나보다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이니 책임도 내가 지는 게 맞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배지환의 향후 행보는 KBO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배지환은 "일본 독립리그 진출도 가능하다. 여러 길을 열어두고 싶었다. 결국 가처분 신청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급선무다"라고 강조했다.
배지환은 이날 공수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행사장에 참여한 고마다 노리히로 고치 파이팅독스 감독은 "2월에 몸 상태가 완벽한 걸 바라지 않는다"라며 "배지환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마음고생을 겪는 와중에도 실력만큼은 녹슬지 않은 것. 과연 배지환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될까.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ing@osen.co.kr
[사진] 고척=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