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안방을 지켰던 선수의 존재감은 컸다. 이젠 삼성으로 떠난 강민호의 존재감과 빈자리를 어떻게든 채워야 하는 롯데의 2018년이다. 투수들도 아우르는 포수 포지션이기에 강민호의 부재는 포수진 전력 뿐만 아니라 투수진에도 영향일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민호가 없는 상황, 투수진 역시 합심해서 헤쳐 나가고자 한다.
투수와 포수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유이한 포지션이다. 또한, 야구에서 상대에게 선제 공세를 펼치는 능동적인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들을 묶어 ‘배터리’라는 표현을 하는 것도 전투에서 보병들을 투입하기 전, 적진에 선제 타격을 입히는 ‘포병 중대’라는 전쟁 용어에서 유래했다. 먼저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 서로의 마음을 읽으며 경기를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다. 투수들이 포수를 두고 ‘마누라’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에 십수 년 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장한 강민호는 롯데 투수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존재였다. 최근 어린 투수들이 많이 등장한 가운데, 이들이 강민호에 대한 의존도는 컸다. 강민호도 기회가 될 때마다 어린 투수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박세웅, 박진형, 김원중 등 롯데가 발굴한 영건 투수들은 모두 기회가 될 때마다 강민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베테랑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 송승준과 손승락 등 베테랑 투수들도 강민호와 호흡을 맞추는 데 편안해 했다.
하지만, 이제 강민호의 존재감에 대한 부분들을 이들 입에서는 들을 수 없다. 이제는 새로운 포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올 시즌 롯데의 최대 과제이자,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제가 될 수도 있다. 강민호가 성장하기까지 롯데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 과정 자체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현재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나종덕, 나원탁, 강동관, 김사훈 등 ‘포스트 강민호’ 자리를 노리는 20대 포수들의 어깨는 무겁고,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속에서 훈련을 임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의 관계에서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은 이제 포수가 아닌 투수들이 됐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젠 투수들이 포수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존재가 됐고,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하고,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손승락은 “(강)민호를 의지 하는 후배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포수 파트는 새로운 기회다. 그 기회를 잘 살리고 누군가가 주전이 되고, 다시 우리 팀에 강민호 같은 포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믿음을 전했다.
아울러, 어린 포수들에게도 명심해야 할 조언을 전했다. 그는 “투수들 대부분이 선배들일 것이다. 그러나 어려워하지 말고, 포수가 형이라 생각하고 리드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첫 불펜 투구를 펼친 투수들인데, 손승락은 이날 자신의 공을 받은 포수 나원탁에게 자신의 투구 궤적 등을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강민호에게 의지했던 투수 박진형 역시 앞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나갈 포수들과 현 상황을 잘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진형은 “(강)민호 형과는 마음이 잘 맞았다. 어떤 구종이 잘 되고 안 되고를 잘 알고 있으니 결과가 좋았다. 그래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강민호와의 호흡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우리 팀에 이제 (나)종덕이, (나)원탁이, (강)동관이, (김)사훈이 형이 있는데 잘 할 것이라 믿고 같이 해야 한다. 안 맞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잘 맞춰가면서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물론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지난 겨울 대표팀 가서 한승택(KIA) 선수와도 처음 해봤는데 포수와 호흡 맞추는 것은 같다. 차이는 있겠지만 괜찮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연 롯데의 배터리는 올 시즌 무사히 난관들을 헤쳐 나가며 고민 없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