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 차승원의 '햅격'은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
차승원은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1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심사위원이자, 요괴들의 신 우마왕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형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루시퍼기획의 대표 우휘는 오디션장에서 "그대는 햅~~격" "챈~스" 등의 멘트로 참가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했고,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을 선사했다. 요괴 우마왕은 손오공(이승기)의 행동에 못마땅해하며 "양아~~취" "또롸~이" 등을 연발하며 매일같이 티격태격해 즐거움을 주고 있다. 또한 삼장 진선미(오연서)의 피 한 방울 탓 감춰둔 마성이 드러나 이를 누그러뜨리려 독한 해독제를 먹은 뒤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3일 방송된 '화유기' 11회에서도 우마왕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마왕은 이날 성화봉송을 준비하던 중 피격을 당해 쓰러졌고, 현생 우휘의 삶을 정리하려고 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은 "우휘, 당신의 희망찬 합격 소리를 다시 듣기를 모두가 기원합니다"라는 속보를 내보냈고, TV를 통해 이를 본 우마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햅~격"을 다시 외쳤다. 그러면서 "이렇게 사랑받는 줄 알았으면 몇 년 더 살아볼 걸 그랬어"라고 아쉬워해 웃음을 안겼다.
차승원은 '햅격' 탄생에 대해 "매번 연기할 때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오디션이 주는 긴장감과 그 가운데 터져 나올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떠올려 봤다"고 말했다.
사실 홍자매 작가가 대본에 쓴 우마왕의 대사는 '햅격'이 아닌 '합격'이다. '그대는 합격'이 우휘의 유행어라는 설정은 있었으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임팩트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차승원이 이 부분을 어떻게 살릴지 특히 고민한 이유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오디션이라는 상황과 우마왕이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허당기가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햅~격', 그 단어가 주는 말맛과 제스처를 끌어냈다.
앞서 우마왕은 1회에서 귀신 보는 능력을 지닌 어린 선미(갈소원)를 만났을 때, "난 특별한 인간을 찾고 있었어. 넌 합격이야"라며 선미에게 오행산에서 파초선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극 중 25년이 지난 뒤 유행어가 된 "햅~격"과는 전혀 다른 어조다. 차승원이 무조건 유행어를 만들려 하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강조해 '햅격'과 '합격'을 달리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차승원은 매회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맛깔나게 장면을 살릴지 궁리한다고. 오공에게 "양아~취" "또롸~~이"라고 귀엽게 투정 부리는 것과 해독제로 고생하는 우마왕의 부작용 역시 고뇌가 묻어난 장면들이다. 그는 11회 방송에서도 자신의 회복을 대중이 좋아하자 "앗싸라비아. 싸바 싸바 뽕"이라고 기쁨을 표출하는 대사와 악귀를 찾으러 삼장과 함께 나서는 마비서(이엘)가 "마왕님을 찌른 놈인데 발견하면 찾아서 죽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담담하게 "나이스"라는 지문에 없는 대사를 추가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캐릭터로서 지문에 쓰여 있거나 없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 점이 항상 연기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 같다"고 한 차승원은 "'우마왕의 손이 떨린다'는 건 지문에 있었다. 다만 손이 어떻게 떨리는지도 중요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본을 처음 받아 읽을 때 그 상황에 대해 대략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며 "현장에 와서 다시 대본을 보고 즉흥적으로 대입해 보는 신도 있다. 재미있는 장면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애드리브도 해본다"고 강조했다.
차승원은 "웃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되는 장면에서는 연기를 창피해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웃긴 표정이 아닌, 진지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 심각하게 연기하면서 나오는 코미디가 시청자들에게 더 웃음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그 상황 속 캐릭터에 몰입한다"며 "지나간 코믹한 상황은 잊고 진중한 부분만 떠올리고 집중해 연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독제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우마왕이 방송국에서 삼장을 피해 양손을 떨며 바삐 걸어가는 신에서 차승원은 발만 잡아 다시 찍는 테이크에서도 몇 번씩이나 몰입, 머리와 손을 떨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한 시퀀스에서조차 코미디와 정극을 오가며 낙차가 큰 연기를 하면서도 전혀 어색함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화유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