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리포트] 롯데의 투수진 경쟁, 절박함이 낳은 '페이스 업'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2.04 06: 00

“아마 선수들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롯데 자이언츠 김원형 투수 겸 수석코치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한편으론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투수진 전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는 대만 가오슝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21명의 투수들 가운데 시즌을 책임질 선수들의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선수들은 그만큼 눈도장을 찍기 위해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외국인 선수 브룩스 레일리와 펠릭스 듀브론트가 책임질 선발 2자리는 고정되어 있고, 마무리 손승락도 불변의 자리다. 그 외의 자리들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할 지라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좌완 의 경우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한 실태에서 경쟁의 강도가 덜 할지 모르지만, 우완 투수들은 다르다. 그 경쟁의 강도가 더욱 심화됐다. 

우완 정통파 유형으로 이번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인원은 박세웅, 송승준, 김원중, 박진형, 장시환, 박시영, 노경은, 김대우, 조무근, 구승민, 진명호, 이인복, 윤성빈, 배장호, 오현택 등 15명이다. 이 중 사이드암인 배장호와 오현택을 제외하면 13명의 비슷한 유형 투수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일단 지난 3일 롯데는 스프링캠프 시작 이후 첫 불펜 투구를 실시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5자리가 마련된 불펜은 쉼 없이 가동됐다. 일단 첫 불펜 피칭이기에 코칭스태프는 투수 당 20~25개 정도의 공을 뿌리게 하며 무리 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첫 불펜 투구였지만 투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우렁찼다. 예상 외로 투수들이 빠른 페이스를 보이자 불펜 피칭을 총괄하던 김원형 코치는 페이스를 낮추라는 제스처를 계속해서 취할 수밖에 없었다.
송승준은 “70%의 힘으로 던졌다. 시즌이 빨리 시작되기에 포커스를 시즌 앞쪽으로 맞췄다. 역대 제일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손승락 역시 “코치님들께서 좀 더 가볍게 던지라고 말씀하시더라. 가볍게 던진다고 던졌는데,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베테랑 투수들인데, 이들이라고 캠프에서의 첫 불펜 피칭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박진형은 "일단 페이스는 이전 시즌들과 다르지 않게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형 코치는 첫 불펜 투구를 지켜본 뒤, “일단 투수들이 몸 상태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 같다. 비시즌 준비를 잘 해온 것 같다. 페이스들이 다들 빠른 편이다”면서 “그래도 천천히 던지라고 했다”고 캠프 첫 불펜 피칭을 평가했다.
이미 조원우 감독은 “2차 오키나와 캠프에 모든 선수들을 데려가기는 힘들다”면서 생존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투수 파트를 총괄하면서 선수들을 추려야 하는 김원형 코치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이, 우완 투수들의 유형이 비슷비슷하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이 많기에 돋보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페이스가 전체적으로 빠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원형 코치는 “투수들의 유형이 다 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면서 “투수진을 추려야 하는 입장인데, 아마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면서 현재 투수진의 빠른 페이스를 바라봤다.
이어 “불펜 피칭 턴이 거듭될수록 힘에 부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2차 오키나와 캠프로 넘어가기 전 실전 경기를 위해 라이브 피칭 단계까지는 실시할 것이다”고 말하며 투수들의 페이스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롯데 관계자는 “투수진 상황이 허락된다면 오키나와 캠프로 넘어가기 전에 라이브 피칭은 물론, 청백전이나 대만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투수들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볼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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