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봐도 홀쭉해졌다. 그 누구보다 비시즌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한 티가 났다. 지난해 완벽하게 부활한 롯데 자이언츠의 수호신 손승락(36)에게 2017년의 영광은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손승락은 과거보다는 현재, 어제보다는 오늘에 더 집중하면서 2018년을 맞이하고 있다.
손승락은 지난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61경기(62이닝) 1승3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8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1.13의 기록을 남기며 커리어 하이에 준하는 성적을 남겼다. 커리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시즌(2014년 62경기 최다)이었고, 평균자책점은 역대 3번째로 낮은 시즌이었다. 세이브 역시 지난 2013년 46세이브 이후 최다였다. 블론세이브는 5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활약 속에 지난해 손승락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세이브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특히, 롯데가 맹렬한 승수 쌓기에 나선 후반기, 손승락은 뒷문을 확실하게 사수했고 그 결과 롯데의 후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고 안정감이 넘쳤다. 후반기 손승락은 22세이브를 쓸어담았다.
2일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실시한 불펜 피칭에서 손승락은 그 누구보다 힘찬 공을 뿌렸다. 김원형 코치가 페이스 다운을 주문할 정도.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보다는 올해에 더 집중했다. 투수 조장으로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선수단을 이끌어가며 지난해 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다음은 손승락과 일문일답.
-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이 홀쭉해져서 캠프에 합류한 것 같다.
▲ 괌에서 장시환 선수와 함께 개인 훈련을 했다. 살을 빼려고 한 것은 아니고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다. 홀쭉해져서 주위에서는 키가 커졌다 졌다는 느낌이라고 하더라(웃음). 평소 루틴대로 했는데, 좀 더 살이 빠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몸을 굉장히 잘 만들어 온 것 같다.
- 오늘(3일) 첫 불펜 피칭을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20개 정도 던졌고 가볍게 던진다고 했는데, 코치님들이 자제를 시키더라. 굉장히 즐겁게 공을 던지고 있었는데, 코치님께서 더 가볍게 던지라고 해서 스스로 페이스를 좀 낮췄던 것 같다. 괌에서 몸을 잘 만들었는지 코치님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셨나 보다.
- 시즌 개막이 빨라진 것을 의식한 것인가?
▲ 그 부분은 의식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대로 맞춰서 몸을 만들었다. 잘 준비해서 온 느낌이다.
- 지난해 세이브왕도 탈환하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즌이었을 텐데?
▲ 작년에는 가을야구 했던 것만 생각난다. 작년은 과거로 지나갔을 뿐. 올해와 지금, 현재 이 시점.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세이브왕은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이브왕은 내가 잘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 후반기, 등판이 잦았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나?
▲ 후배들에게 물어보시면 알 것이다. 나이 많다고 빠지지 않고 체력적으로 절대 약하지 않다. 프로에 와서 나이가 많다고 핑계를 대고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하면 야구를 그만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동등한 입장에서 후배들을 이끌 것이다. 체력은 문제 없다.
- 팀이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투수 조장으로 투수진에 주문하고 싶은 부분은?
▲ 투수 조장으로서 후배들이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솔선수범해야 한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는 투수들 모두에게 해당되겠지만 힘든 상황에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혼자 이겨내야 하는 부분을 길러야 할 것 같다.
- 팀에 새로운 선수들도 많아졌다. 팀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작년에 아쉬웠던 부분만 채워서는 안 되고 작년에 잘됐던 부분을 끌고 가는 것이 중요 하다. 주장 이대호를 중심으로 새롭게 온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우리들이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 투수 쪽에 제가 있고 야수에는 (이)대호가 있다. 친구라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며 투타 후배들이 하나로 뭉쳤으면 한다.
- 작년에 팀이 잘 됐던 요인을 분석하자면?
▲ 타자들 저조할 때 투수들 막아주고 투수들 부진할 때는 타자들이 해줬다. 그 부분들이 잘 맞아졌다.
- 개인적인 목표는?
▲ 올해도 상에 대한 욕심은 없고 팀이 하고자 하는 목표만 달성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꼽자면, 선발 투수들이 승리 요건을 갖추고 왔을 때 잘 지켰으면 좋겠고,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