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영화 ‘써니’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심은경은 2014년 ‘수상한 그녀’를 통해 또 한 번 홈런을 날리며 영화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여배우, 그것도 20대 여배우가 돋보이기 힘든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심은경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최근 개봉한 ‘염력’에 이어 오는 2월 말 개봉하는 ‘궁합’까지 심은경은 새해 초부터 관객들과 연이어 만나며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배우로서의 고민은 여전히 많아보였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심은경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염력’에서 강한 생활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청년 사장 신루미로 분한 심은경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평범해서 더욱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존에 다른 영화에서 맡았던 캐릭터는 다 특징이 하나씩 있었다. ‘수상한 그녀’에서는 할머니가 젊어졌다는 설정이 있었고 ‘걷기왕’에서는 성격은 평범하지만 어딘가 걸어서 다녀야하는 설정이 있었다. 루미는 그와는 반대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는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것들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사실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예를 들면 송강호 선배가 하시는 인물과 착 맞아떨어지는 연기라든지. 생활에 녹아든 연기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번 영화는 오히려 제가 본능과 맞닥뜨려서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일정부분 테크닉도 생각해가며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흐름과 중심축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확 두드러지기 보다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잘 흘러가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730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와 865만 관객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로 흥행력을 입증하며 충무로에서 대표적인 20대 배우로 성장한 심은경은 부담감도 크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작품 선택에 있어서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고 이제는 부담을 어떻게 덜어내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비워낼 수 있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며 “조금 더 어렸을 때는 그런 부담감이 저를 많이 사로잡고 힘들었던 경우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뭐가 더 중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뭔가에 사로잡혀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 밝혔다.
이런 고민을 시간이 해결해줬다고 밝힌 그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헛된 말은 아닌 것 같다.(웃음)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 지금은 작품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을 안 느끼려고 하고 결과 앞에서도 의연해지려고 하고 크게 바라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연기를 계속 해나가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게 되는 것 같다. 계속 제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제가 느끼게 된 것은 그냥 이 연기를 하는 게 좋은데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잘하건 부족하건 내가 연기를 할 때는 진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염력’이라는 작품의 도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저한테는 감사하고 한층 더 나를 내려놓고 연기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서 고맙고 애착이 많이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직도 첫 촬영에서 긴장을 많이 한다는 심은경는 “처음 연기가 재밌는거구나 느끼고 아무 생각 없이 연기라는 것에 대항했을 때가 가장 긴장이 없을 때였던 것 같다. 계속 하다보면 이 작업이 내가 마냥 느슨해지면서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걸 매년 매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사실 힘들다. 이걸 그럼 내가 어떻게 이겨나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많이 든다. 그렇지만 근 몇 년 동안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일 년 사이에 제가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해 생각할 때도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떨쳐버리지 많이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마음들을 누르려고 하더라. 참으려고 하더라. 어른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나 자신도 참을 줄 알고 뒤에서 이렇게 바라보려고 하고 이런 게 어른이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많이 침착하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의 제 상태에서는 내 일을 연기라는 것을 릴렉스하게 받아들이자 그런 마음상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 작품이 터닝포인트다. 항상 작품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 같다. 저는 매 작품을 그렇게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것에 나도 목마르게 되고 새로운 것을 끄집어 내야한다는 것이 강박이고 부담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내려놓고 그냥 내가 보여줬던 것도 또 한 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캐릭터구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거구나. 그렇다 보니 작품을 더 잘 마주하게 되었던 것 같다. 매 작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며 의연하게 말했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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