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016년과 2017년 1차 지명권을 모두 야탑고 출신 우완 투수에 행사했다. 2016년에는 정동윤(21), 2017년에는 이원준(20)을 나란히 선발했다. 정동윤과 이원준은 학창 시절 나란히 SK의 1차 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봤던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그런 이야기도 없었다”고 껄껄 웃었다.
고교 생활을 1년 차이로 같이 한 두 선수는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도 단짝이다. 연차까지 비슷해 서로 의지를 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SK가 차세대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에는 퓨처스팀(2군) 선발 구상 계획에 일찌감치 포함돼 한 시즌을 소화했다. 비록 잔부상 탓에 곳곳에 이가 빠지기는 했지만, 퓨처스리그 코칭스태프는 “확실히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을 내리고 있다. 1군 등록 경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 정동윤은 193㎝의 장신이다. 보통 거구의 선수들은 유연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정동윤은 몸 전체가 대단히 유연하다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너무 유연해서 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코칭스태프를 놀라게 할 만큼 손재주가 좋다. 이는 변화구 습득 능력으로 이어진다. 여러 변화구를 던지는 정동윤은 가장 구사가 까다로운 구종 중 하나인 커브의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역시 190㎝의 건장한 체구인 이원준은 정동윤보다 구종이 다양하지는 않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아직은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공 자체의 힘은 정동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속도 좀 더 빨라 140㎞ 중반까지 나온다. 김경태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두 선수를 합쳐 놓으면 어마어마한 투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구단도 두 선수의 올해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기본적으로는 2군 선발 로테이션을 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흔히 패전조로 불리는 롱릴리프 자리 한 자리를 이들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넘어가는 경기인 만큼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1군 경험을 쌓을 수 있다. 1군 기록이 남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군경팀 입단에도 유리하다. 긴 이닝 소화는 정동윤, 힘 있는 2이닝 정도를 원한다면 이원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롱릴리프 패전조 자리는 팀마다 한 자리 정도다. 두 선수의 경쟁이라면, 둘 중 하나만 1군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구단이 전략적으로 한 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고교 1년 선·후배의 1군 자리 경쟁 모양새다.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하지만 두 선수는 우문에 현답을 내놓는다. “우리가 잘해 같이 1군에 가면 된다”는 정동윤의 당당한 말에 이원준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신인 시절 이원준의 1차 지명을 예언(?)할 정도로 후배에 대한 애착이 깊은 정동윤은 “어린 투수지만, 나이가 많은 투수처럼 노련하고 완급조절을 잘 한다. 씩씩하게 던지기도 한다”고 치켜세웠다. 정동윤의 뒤를 밟는 것이 꿈이었던 이원준은 “위기상황에서도 너무 침착하다. 흔들리지 않고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본받고 싶다”고 말한다.
‘1군 동반 진입’을 노리는 두 선수의 꿈은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정동윤과 이원준 모두 지난달 30일 시작된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호평을 받은 것이 미 전지훈련 참가로 이어졌다. 구단도 이들의 상승세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의미다. 두 선수의 자질을 확인한 손혁 투수코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 캠프에 임하는 영건의 야심도 소박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차다. 정동윤은 “지난 2년간 잔부상이 많았다. 올해는 안 아픈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몸 단련을 많이 해서 캠프 일정을 다 소화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첫 1군 캠프인 이원준 또한 “다치지 않고 주어준 훈련을 꾸준히 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생존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동반 1군 활약’이라는 단짝 선후배의 꿈이 그 발걸음을 내딛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정동윤(왼쪽)-이원준.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