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잃은 히어로즈가 표류하고 있다.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이 대표를 즉시 구속수감했다. 이에 따라 이장석 대표는 실형을 살게 됐다. 이 대표 측의 항소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장석 대표는 정상적으로 구단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KBO는 규약 제 152조 제 5항에 의거 이장석 대표의 프로야구 관련 업무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KBO 정운찬 총재는 “리그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KBO의 회원사인 서울 히어로즈의 실질적 구단주 이장석 대표의 문제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프로야구 팬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다. 향후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상벌위를 통해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일 같은 재판에서 남궁종환 히어로즈 부사장 또한 횡령 및 배임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궁종환 부사장이 이장석 대표를 대신해 계속 히어로즈를 경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재판에서 히어로즈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다른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스폰서십으로 구단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구단이다. 하지만 대표가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히어로즈에게 광고를 맡기고, 투자를 할 기업은 선뜻 나타나기 어렵다. 프로야구의 혁신적 구단운영 모델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던 히어로즈의 최대 위기가 온 셈이다. 결국 이장석 대표가 구속된 이상 당장 히어로즈를 대신 경영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하는 상황이다.
히어로즈 사태는 넥센 구단만의 문제가 아닌 KBO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히어로즈가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로 매출이 감소하고, 흥행에 타격을 입는다면 결국 KBO 전체의 손해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당장 자리를 비우게 된 이장석 대표를 대신해 누가 히어로즈 구단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또한 훼손된 히어로즈의 이미지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KBO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KBO는 이장석 대표에 대한 징계를 거론할 뿐 히어로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히어로즈 주주들 또한 현 사태에 대해 구단이나 KBO로부터 어떠한 설명이나 해결책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당장 넥센은 2018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단은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넥센이라는 구단의 가치를 지키고, 향후 시즌을 순조롭게 치르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장석 대표가 여전히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잠시나마 그의 행정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인물은 꼭 있어야 한다. KBO는 히어로즈 사태를 KBO 전체의 위기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