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장혁을 위해 존재했고, 장혁을 통해 완성됐던 MBC 주말드라마 '돈꽃'이다. 장혁이 아니었다면 이 같은 성공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 장혁이 아닌 강필주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청아그룹을 배경으로 비밀을 안고 있는 남자, 강필주(장혁 분)의 평생을 건 소름돋는 복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장혁의 15년만 주말극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돈꽃'은 처음부터 기대작은 아니었다. 극 설명에도 나오듯, 재벌가를 둘러싼 이야기와 주말극이라는 특성상 자극적인 소재들이 줄을 잇지 않겠느냐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돈꽃'은 출생의 비밀, 재벌가 암투, 불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 등 일명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돈꽃'은 매회 등장하는 반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흡입력 높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고급스러운 막장', '명품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장혁의 연기 내공과 압도적인 존재감은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손꼽힌다.
장혁이 연기한 강필주는 청아그룹의 숨겨진 혼외자로,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정말란(이미숙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장은천이라는 진짜 이름을 버리고 평생을 '청아의 개'로 살았다. 정말란의 아들인 장부천(장승조 분)을 회장의 자리에 올린 뒤 자신이 진짜 청아의 주인이 되어 정말란을 내모는 것이 강필주의 복수 플랜.
그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청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자료와 반격 증거들을 모았다. 강필주로 인해 장부천이 자신의 친손자가 아님을 알게 된 장국환(이순재 분)과 어떻게든 강필주의 폭주를 막아야 하는 정말란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강필주를 막아서려 했지만,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던 강필주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강필주는 대사가 많지 않고, 많은 것을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진짜 얼굴을 감추고 있어야 하는만큼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다. 극의 무게 중심을 꽉 잡아줘야 하는 책임도 막중했다. 장혁은 이런 강필주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나모현(박세영 분)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과하지 않게 드러내면서도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맡긴 강필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것. 깊이감 있는 눈빛과 표정, 낮게 깔린 목소리 등 장혁은 강필주 그 자체가 되어 시청자들이 '돈꽃'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줬다.
KBS '추노'의 대길에 이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내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인정을 받은 장혁이 있어 그 어떤 드라마보다 오래도록 기억될 '돈꽃'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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