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주루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은 ‘사직마’ 나경민(롯데)은 냉정했다. 빠른 발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는 하나, 그 장점 하나만으로 1군 무대에서 생존과 경쟁을 이겨나갈 수는 없다는 것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나경민은 지난해 롯데의 확실한 ‘주루 스페셜리스트’였다. 대주자로 한정된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졌던 임무를 확실하게 완수했다. 97경기에 129타석(117타수) 밖에 소화하며 타율 2할5푼6리에 그쳤지만 20개의 도루와 37번의 득점에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은 87%(23번 시도 20번 성공)에 달했다. 그만큼 나경민은 순도 높은 주루플레이로 롯데의 공격 루트에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후반기 롯데가 상승세를 탔을 시기, 나경민의 투입은 곧 득점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백업도 쉬운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대주자로 나갔지만 후속 타자들이 잘 쳐줬기 때문에 득점도 했고, 압박도 받기도 했지만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희열을 느꼈다”며 “기회를 많이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긴박한 순간들을 이겨나간 것 같다”고 지난해 주루 플레이로 경기에 공헌했던 시기들을 되돌아봤다.
나경민은 주루플레이로 경기를 뒤흔들 수 있는 유형의 선수다. 방망이로 경기의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다른 롯데 선수들과는 유형이 달랐다. KBO리그 최다 도루 기록(550개) 보유자인 전준호(NC 다이노스 코치)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나경민은 이에 대해 “요 근래에 롯데에 저 같은 유형의 선수가 없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해주시는데, 제가 갖고 있는 것이 빠른 발이고, 이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야구를 하는 것도 튀는 부분도 있고 좋은 것 같다”면서 “전준호 코치님이 롤모델이고 과거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야구에서 자신을 돋보이고 드러내기 위해서는 주루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주루 플레이에서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타격에서 빛을 보지 못하면, ‘반쪽 선수’로 남게 된다. 나경민 스스로도 그런 현실 인식을 갖고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앞으로 계속 기회를 받기 위해서는 주루 하나만으로는 힘들다. 타격적 부분도 향상시키고 기복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을 연구한 나경민이다. 결국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이전, 자신의 타격 매커니즘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는 “지난해 타격에서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타이밍이 조금 늦어서 3-유간 타구가 나오더라도 발을 이용해 안타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그 타이밍마저 너무 늦었다고 분석했다”면서 “결국 타격은 컨택도 컨택이지만 타이밍 싸움이지 않나. 그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 폼과 타이밍 등 타격 매커니즘을 전반적으로 보완하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분석한 사이, 팀의 외야 사정은 나경민에게 더욱 차가운 현실로 다가왔다. 손아섭이 잔류했고 민병헌도 팀에 새롭게 합류했다. 백업 자원들 가운데서도 김문호, 이병규, 박헌도, 조홍석 등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서, 작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손)아섭이 형, (전)준우 형, (민)병헌이 형이 주전으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나경민에게 다가올 기회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는 “긴 시즌 중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만약 나에게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차지할 수 있도록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