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음악을 하면서 '별의 별 일'이 생길거라 생각했는데, 그 '별의 별 일'이 생긴 게 작년이었죠.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좋은 노래는 언제든 통한다'는 지론 하에 조용히 음악만을 던지는 미스틱의 새 음악 플랫폼 '리슨'. 메머드 급 홍보 없이 최대한 간소하게 음원을 발표하는만큼 이 명칭이 아직 생소할 수 있겠다. 하지만 리슨을 통해 공개된 10번째 곡이 지난해 가요시장을 강타한 '좋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찍는데만 1억 원이 드는 세상, '좋니'의 총 제작비는 799만원이었다.
"원래 해오던 대로 갔을 뿐이었다. '월간윤종신'과 '리슨'을 진행하면서 별의 별 일이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꾸준히 하다보니 그 '별의 별 일'이 생겼다. '좋니'의 빅 히트 역시 오래 음악해오며 얻게 된 '덤'이라 생각한다. '좋니'는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표현되면서 많은 이들이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가 됐다. 40, 50 나이 먹은 사람도 (실력이) 는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이런 장르 할 수 있을까 했지만, 하다보니 되더라."
윤종신은 거대한 팬덤을 누리는 아이돌 그룹들과 골든디스크 시상식,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에 올랐고, 데뷔 28년 만에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음반도 없었고 뮤직비디오 조회수로 승부 보는 가수도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 대중이 '좋니'를 돌려 들으면서 이같은 결과가 탄생했다. 분명 40대 후반 솔로 가수에게서 보기 힘든 흐름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 중 팬덤이 베이스가 아닌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는 팬덤 기반이 아닌 제너럴, 즉 대중 기반이다. 내 노래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은 흔히 말하는 '윤종신 홀릭'이 아니라는 뜻이다. 윤종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니'라는 노래 그 자체가 좋아서 '좋아요'를 눌렀고 아이돌 음악 못지 않은 '좋아요' 수가 떠 있다. 난 이게 유행가라고 생각한다."
윤종신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통하고 오래 불리는 이유는 그의 생활밀착형 가사에 있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사의 주 재료 된다. 누군가는 '이별의 온도'를 듣고, 누군가는 '지친 하루'를 듣고, 또 누군가는 '오르막길'을 듣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그 노래가 도화선이 돼 윤종신의 다른 노래들을 찾게 되고, 그래서 많은 노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얻는다.
"모두가 좋아하는 윤종신 음악이 다르다는 건 나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지친 하루', '1월부터 6월까지',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오르막길' 등은 모두 차트 1, 2위에 들어간 노래가 아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스며든 노래다. 그래서 난 음원차트가 가수와 가요계의 성적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니'는 언젠가 터질 노래였고, 원래 부르려 했던 박재정이 불렀어도 어느 정도 터졌을 노래다. 솔직히 윤종신이 언제 차트 1위를 해봤냐. 내가 불러서 이 노래가 떴다는 건 다 헛소리들이다. 하하"
다시 돌아와 '리슨'을 조명한다.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비정기적으로 발표된 곡은 총 19곡. 미스틱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좋은 노래'를 만들고 편곡하고 리메이크한 노래들이 '리슨'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대중을 찾았다. 9년차를 맞은 '월간윤종신'처럼, '리슨' 역시 리스너들이 믿고 들을 수 있는 장수 플랫폼을 목표로 1년을 달려왔다.
"'리슨'의 1년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19곡이 발표됐는데 적어도 50곡까진 가야한다. 미스틱은 자주 악상을 떠올리고 자주 음악을 만드는 회사가 될 예정이다. '월간윤종신' 정신을 이어가며 '올인'할 것이다. 일종의 '미스틱판 문고', '미스틱판 전집'이라 생각해달라. 현재까진 미스틱 내부 아티스트가 리슨을 선보였다면, 이젠 외부 아티스트와도 함께 할 예정이다."
'리슨'의 성공을 위한 전략은 없다. '리슨'이 처음 탄생하던 시기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을 비정기적으로 발표해 수년이 지나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는" 기존의 루틴을 이어간다. 윤종신이 가지는 음악 지론은 뚜렷했고 이는 '리슨'의 존재 이유와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음악은 휴식같은 콘텐츠여야 한다. 이어폰을 꽂는 순간, 독서실 가는 길 풍경을 20분간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주는 음악이 필요하고, 또 그런 음악이 이기는 시대가 왔다. 이제 가요계는 히트곡 유무의 싸움이 아니다.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우리 음악'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의 싸움이다. 이제, 그런 시대가 왔다."/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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