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을 뜨겁게 달군 뒤 올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 자이언츠다. 각 포지션마다 새 얼굴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가 격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1군 선수단에 있어야 할 선수들, 만약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합류했다면 경쟁 구도도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법한 이름들은 현재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언급하자면, 투수 윤길현(35)과 포수 안중열(23)이다.
윤길현은 지난 2016년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둥지를 옮겼다. 불펜 불안을 씻어내기 위한 롯데의 투자였다. 손승락과 함께 롯데의 불펜을 한층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2016시즌 첫 한 달 간 12경기 등판해 13⅔이닝 11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평균자책점 1.98의 기록을 남기며 롯데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윤길현은 월간 성적으로 나눠볼 때 이 해 8월에 평균자책점 2.08(13이닝 3자책점)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그 외의 기간에는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윤길현은 골반 부상 등으로 몸도 성치 않았다. 결국 62경기 7승7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6.00이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이적 후 첫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윤길현은 절치부심했고, 조원우 감독 역시 다시 한 번 윤길현에 신뢰를 보이며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의 윤길현은 2016년보다 더욱 악몽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윤길현은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결국 어깨 통증이 찾아오면서 8월15일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1승4패 13홀드 평균자책점 6.41의 기록. 40경기 이상 등판한 시즌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이었다.
어느덧 FA 3년 차 시즌. 윤길현 입장에서도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려야 할 시즌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앞선 2년의 악몽을 씻어내야 한다. 팀으로서도 불펜의 두께를 한층 두텁게 만들 자원이었다. 그러나 3년 차의 윤길현은 스프링캠프마저 참가하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을 조기에 종료하게 만든 어깨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재활을 더 진행해야 하는 처지다. 조원우 감독은 “일단 윤길현은 좀 더 재활을 해야 한다고 해서 대만에 데려가지 않는다”는 말로 상태를 암시케 했다.
투수진에서 윤길현이 있다면 야수진, 그 중 포수진에서는 안중열이 있다. 안중열은 2016년 19경기 출장에 그쳤고, 2017년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은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출장 기록이 전혀 없다. 2016년 시즌 도중, 발을 잘못 디디며 넘어졌고 팔꿈치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애초에 재활을 통해 골절 부위를 낫게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뼈가 붙지 않아 재수술을 받았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탓에 안중열은 20대 초반, 경험을 쌓아도 모자랄 시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군다나 강민호가 빠지며 포수진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현 상황에서 안중열의 존재는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김사훈, 나원탁, 강동관, 나종덕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는데, 2015년 단 한 시즌이지만 공수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냈던 포수가 안중열이기 때문. 경험과 패기를 모두 갖춘 젊은 자원인 셈이었다.
2015년 kt에서 박세웅과 함께 트레이드되어 오며 80경기 타율 2할4푼(125타수 30안타) 1홈런 14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도루 저지율은 2할8푼(50개 시도 14개 저지)으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조원우 감독은 “(안)중열이는 이번에도 캠프에 함께 가지 못한다. 통증과 재활이 모두 길어지는 것 같다”면서 “만약 참가했다면 포수 경쟁구도도 더 심화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에 말끝을 흐렸다.
‘무한 경쟁’ 구도를 이미 천명한 조원우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더더욱 아쉬울 터. 일단 이번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까지는, 윤길현과 안중열이라는 이름을 그리움으로 남겨둬야 할지도 모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