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한 이대형(35·kt)이 입을 열었다.
kt는 26일 "내부 FA 이대형과 계약했다"고 전했다. 2년 총액 4억 원. FA 개장은 11월 8일이었으니 이후 정확히 79일만의 계약이었다. 이대형은 지난 시즌 중반, 도루 중 부상을 당했다. 검진 결과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 이대형은 결국 8월 초 시즌아웃 됐고, 올 시즌 중반 복귀가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FA 권리를 행사했고 원 소속팀 kt와 진통 끝에 계약했다.
하지만 정작 이대형의 소감은 들을 수 없었다. 이대형은 계약 후에도 언론과 접촉을 자제했다. 계약 전부터 돌던 여러 가지 소문은 이대형의 침묵으로 더욱 거세졌다.
1월 말, 이대형과 연락이 닿았다. 이대형은 차분한 목소리로 진심을 전했다. 계약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잘못 전해진 사실을 바로잡았다. 그는 지난 1일 kt 재활군이 있는 익산에 합류했고, 무릎 재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계약이 늦었다. 먼저 소감부터 말한다면?
▲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 아니겠나.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FA 권리를 행사했다. 계약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지.
▲ 상황이 안 좋은 건 분명했다. 주위에서도 '왜 권리 행사하냐'며 염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FA 권리는 행사하고 싶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에 대해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 하필 FA를 앞둔 시점에 크게 다쳤다.
▲ 날짜도 정확히 기억난다. 8월 6일 수원 SK전이었다. KIA와 FA 계약 후 4년 만에 처음 병원을 갔는데, 그게 십자인대 파열 때문이었다. 감기 몸살 등 잔부상은 물론이고 웬만한 부상은 견딜 면역력이 있었다. 그런데 야구 시작 후 가장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중요한 시점에 큰 부상을 입으니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아쉬웠다.
- 재활 상태는 어떤가?
▲ 수술 잘 됐고 재활도 순조롭다. 복귀 시점을 섣불리 얘기하진 않겠다. 재활은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활의 고비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지 않을까. 이제 계약이 끝났으니 완벽하게 복귀하도록 재활만 신경쓰겠다.
- 계약이 더뎌지면서 여론은 부정적으로 거듭 바뀌었다.
▲ 계약 조건이나 금액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내가 구단에 4년 계약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협상 막바지에는 '계약이 이미 완료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 이야기들이 마치 사실처럼 전해지니 팬들이 '네가 뭔데 4년 계약, 거액을 요구하냐'고 비판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기자분들과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하지 않은 이야기가 기사화되니 힘들었다.
- 그럼에도 따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침묵했던 이유는?
▲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보이는 결과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부정적 얘기가 나오는 건 내가 감수할 부분이다.
- 부상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대형의 가치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 첫 FA 계약기간 4년 중 지난해를 제외한 3년만 따졌을 때, 안타 개수 10위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다. (이대형은 2014년부터 3년간 596경기서 596안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 9위) 요즘의 세이버매트릭스 관점으로는 팀 기여도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볼넷을 포함하면 해마다 200출루 이상 해왔다. FA 두 번 계약으로 30억 원을 받았다. 물론 다른 FA 계약 한 번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FA 권리를 두 번 행사했다는 자체가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 첫 FA 때 심경과 지금의 차이는?
▲ 크게 다르지 않다. 첫 번째 FA 때도 안 좋은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타격폼을 바꾸며 이를 이겨냈다. 우스꽝스러운 폼 탓에 비아냥거림도 많이 들었다. 선수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을 강화하려는,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론이 좋지 않지만 어떻게든 이겨낼 생각이다. 이겨내는 건 내 몫이다.
- 독일에서 재활할 때 SNS로 팬들과 소통했는데.
▲ 원래 SNS 소통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서 40일 넘게 혼자 보냈다. 통역해주는 분은 재활 치료 때 잠깐 와주셨을 뿐이다. 거동도 제대로 못할 때라 팬들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시차 때문에 새벽 중에 SNS를 켰어도 적잖은 분들이 지켜봐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많은데.
▲ 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호불호가 분명하다. (웃음) 하지만 난 프로 선수다. 나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존중한다. 내 존재의 이유는 팬이다. 팬들 덕에 지금껏 선수 생활하고 있다. 내가 건강하게 돌아가 좋은 모습 보이는 게 팬들의 사랑, 비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부정적 여론이 동기부여나 자극으로 다가오는지?
▲ 그렇다고 어설프게 몸 만든 뒤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또 다치면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 '보여주겠다'는 욕심은 과부하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순리대로 하겠다.
-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다면 목표는?
▲ kt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전준호 코치님의 도루 기록을 꼭 깨고 싶다. (이대형은 지난해까지 505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도루 순위 3위. 1위는 전준호(550개), 2위는 이종범(510개)이다.) 프로 선수로서 좋은 모습, 안 좋은 모습 다양하게 보여드렸다. 여러 모습을 보였지만 마무리는 좋았으면 한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