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악문 이용규, "타격폼 변화, 앞으로 5년 올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2.02 06: 34

거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 악물었다. 올 시즌 '절치부심' 중인 이용규(33·한화)의 기운이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의 한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가득 채웠다. 
이용규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예상치 못한 선택을 두 번이나 했다. FA 권리 신청을 1년 유예하며 스스로 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나이 1살이라도 더 어릴 때 FA 시장에 나가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게 보통의 선수이지만 이용규는 달랐다. FA 신청을 1년 뒤로 미룰뿐만 아니라 대폭적인 연봉 삭감까지 구단에 먼저 제안했다. 
연봉이 9억원에서 4억원으로 5억원이 깎인 이용규는 겨우내 조용히 개인 훈련에 전념했다. 백마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 자존심과 승부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나이답게 독하게 이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타격폼 변화부터 앞으로 5년간 모든 걸 쏟아부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용규와 일문일답. 

- 새로워진 분위기에서 캠프 첫 훈련을 치렀다.  
▲ 비시즌 동안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온 것 같다. 새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첫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자율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가장 무서운 것이다. 쉽게 편해지고,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충 편하게 하는 건 자율이 아니다. 자기만의 운동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 관리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깊이 이해를 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 비시즌 동안 부상 방지에 초점을 두고 훈련을 했다. 
▲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웨이트 훈련량을 늘려서이지 몸도 좋아진 것 같다. 개인 PT를 받을 때도 무게보다 코어 쪽에 맞춰 밸런스를 잡는데 주력했다. 몸을 불리려 웨이트를 한 것이 아니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다. 올해는 아프지 않고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꾸준히 몸을 만들다 보면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기술적으로도 변화를 시도하는 부분이 있나. 
▲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타격폼도 바꾼다. 그동안 부상이 타격폼의 영향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왼쪽 엉치뼈가 아팠던 것도 거의 왼발로 오랜 시간 지탱하는 타격폼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어떤 식으로 타격폼을 바꾼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오른 다리를 안으로 넣어서 펴는 폼은 확실히 없어질 것이다. 
- 익숙한 타격폼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 지금까지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해야 할 날이 적다. 마지막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힘이 있을 때 은퇴하는 게 목표다. 올 시즌 마치고 FA를 해서 4년 계약을 다 채우고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올해부터 총 5년이다. 앞으로 5년 동안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어 힘이 있을 때 은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 벌써부터 은퇴라는 단어를 꺼내기에는 이르지 않나. 
▲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이다. 앞으로 5년이 지난 뒤 주변이나 구단에서 (은퇴를) 1~2년만 미뤄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면 그만하고 싶다. 예전부터 멋지게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 힘이 있을 때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멋지다. 그렇게 하기 위해 올해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라도 잘해야 한다. 
- 외인 외야수 제라드 호잉의 가세로 인한 포지션 변경 가능성도 있다. 
▲ 오늘(1일) 첫 훈련이라 포지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건 없다. 선수라면 당연히 감독님 의중, 코칭스태프 판단에 따라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중견수든 우익수든 맡은 포지션에서 잘하게끔 준비하겠다. 무조건 중견수를 고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팀에 맞춰나가야 한다. 
- 절친한 최진행이 주장을 맡았는데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 사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작년에 주장을 맡았지만 너무 일찍 다쳤고, 제댜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즌 중간 (송)광민이형에게 주장의 부담을 줘야 했다. 주장이란 게 힘들다. 어려운 것이 있으면 옆에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 한다. 캡틴이 파워가 있어야 팀이 산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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