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훈련 끝?
지난 1일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東風平)구장. 오후 2시30분께 도착한 그라운드는 썰렁했다.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일찌감치 버스에 올라타며 발 빠르게 철수했다. 훈련 보조 스태프들만 남아서 그라운드 정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그 흔한 엑스트라 훈련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한화는 강도 높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했다. 어느 일본인 코치는 "세계 최고의 훈련량"이라고 칭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훈련장 철수는 있을 수 없었다. 해질녘까지 펑고를 받고, 배트를 휘두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 체제로 바뀐 한화는 캠프 풍경부터 바뀌었다. 이날 훈련 중 부슬비가 내리자 투수들은 오후 1시쯤 먼저 그라운드를 떠나 나하 숙소로 돌아갔다. 그 후 숙소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야수들도 그 뒤를 따랐다. 투수·야수 모두 기본 1시간 넘게 웨이트 기구와 싸우며 근력을 키우고 코어 밸런스 강화에 집중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이 많이 늘었다. 이전 캠프에선 기술 훈련 위주로 돌아갔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더라도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선수별로 필요한 웨이트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맞춤형 웨이트로 부상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트니스 센터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통째로 빌린 것도 특징 중 하나. 일반인들과 섞이지 않고 선수들끼리 웨이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선수들에 맞춘 운동 기구들도 추가로 구입하며 웨이트 훈련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용덕 감독은 캠프 목표로 "가장 중요한 건 부상 방지다. 그동안 이글스가 성적이 나지 않은 건 부상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훈련을 적게 해서 부상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선수들의 기본 역량은 충분하다. 무조건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조절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캠프 훈련 첫 날부터 훈련 시간을 짧게 가져갔다.
훈련 시간은 짧아졌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선 최대치로 소화하고 있다. 한 선수는 "훈련량이 그렇게 적지 않다. 짧지만 밀도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수는 "전에는 훈련 강도보다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게 힘들었다. 훈련 중에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 집중력 모두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짧은 시간 내에 확실하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훈련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훈련이 너무 일찍 끝나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도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선수들의 훈련 분위기가 좋다. 짧아진 훈련 시간 속에서 효율을 찾고 있다"고 기대했다. 달라진 한화 캠프의 풍경이 성적 변화로도 이어질지 장담할 순 없지만,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밝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