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어이없음)'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이수민이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극본 한설희/ 연출 정형건, 이하 막영애16)에서 극 중 이수민으로 분해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연기를 동시에 선보인 것. 더불어 웹툰작가 이규한(이규한 분), 그의 조수 손수현(손수현 분)과 설렘 가득한 삼각 로맨스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이수민은 비중이 많아진 시즌16에서 앙숙이던 라미란(라미란 분)의 건강을 걱정하거나 특유의 걸크러쉬 매력은 물론 사이다 발언을 서슴없이 하며 '막영애16' 시청률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 한층 성장한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에 OSEN은 '막영애16'를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한 이수민을 만나 종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하 이수민과의 일문일답.
Q. 드라마가 종영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너무 아쉬워요. 많이 부족했고 서툴렀는데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가 한 거에 비해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에요."
Q. 애매한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수민과 수현 두 다 규한의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둘 중 한 명이 규한의 여자친구라면 수현이 아닐까 싶어요. 항상 '막영애16'는 반전이 있었으니까요. 사실 전 수민을 연기하면서도 계속 수민이 규한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어요. 과연 어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똥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요. 어쩌면 수민은 현재의 규한을 좋아한다기 보다 첫사랑에 대한 마음이 더 컸던 게 아닐까요? 15회 때 수민이가 규한 오빠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Q. 항상 다음 시즌을 걱정하지 않았던 '막영애' 시리즈인데 이번만큼은 엔딩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이번 엔딩이 유독 가슴을 치더라고요. 그전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나 이영애야'라는 대사가 해피하면서 아렸던 것 같아요."
Q. JTBC '품위있는 그녀' 인터뷰 당시 정다혜씨가 "'막영애' 종방연에서는 다들 안 운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을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제일 많이 울었어요.(웃음) 현숙 선배님도 극 중 영애가 '나 이영애야'라고 말하는 게 마음이 뭉클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슬프거나 그런 건 아닌데 감동적이었어요."
Q. 벌써 '막영애'와 2개의 시즌을 함께했는데요.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주목을 받은 느낌이에요.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분량이 많아져서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좋으면서도 부담감도 있었죠. 10년이라는 역사가 있는 드라마인데 제가 혹시나 누가 될까 봐서요. 걱정이 많이 됐지만 그만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Q. 극 중 수민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수민이라는 캐릭터가 웃음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내용에서 진지한 면도 부각됐잖아요. 수민이 감동이 있고 가슴이 아픈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또 기존의 수민이 빠지면 안 되니까 그걸 절충하는 게 어려웠어요. 수민이는 담담하게 대사를 툭툭 던지는 사람이라 그 톤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런 조절이 아직까지 부족했던 것 같아요."
Q. 연기 조언을 해주신 선배님들이 있으신가요?
"선배님들의 조언은 눈빛으로 다 되는 것 같아요.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어서요. 지가 시즌16을 시작하면서 현숙 선배님께 카톡을 하나 받았어요. 본격적으로 저만의 에피소드가 생기기 시작한 부분인데 방송이 끝나고 카톡으로 '너무 잘했어'라고 해주셨죠.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사실 그 신을 모니터 하며 부족한 부분만 보여서 의기소침했었거든요. 선배님이 저 같은 신인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Q. 이규한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규한 오빠가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기술적인 면에서도 감정적인 면에서도 제가 흔들릴 때 '수민이가 많은 걸 표현하게 될 때도 본연의 수민이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죠. 실제로는 굉장히 진지한 선배에요. 조용하시고 정서적이시죠. 극 중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Q. 극 중 연적이었던 손수현씨는요?
"실제로도 극 중 캐릭터처럼 깨끗한 이미지에요. 전 사실 방송을 보면서 규현이 수현이랑 잘 되길 바랐어요. 수현이의 짝사랑이 너무 예쁘잖아요. 수민이는 캐릭터상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이상한 짓 하는 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Q. 시즌17이 나온다면 바라는 점이 있나요?
"바라는 점 없어요.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예요. 만약 시즌17을 만들어서 절 불러주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Q. 지난 2016년 방송된 Mnet '음악의 신2' 성공 이후 tvN 'SNL 코리아', '막영애' 시리즈 말고는 특별한 활동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뭘 하고 지내셨나요?
"6개월 동안 자기개발을 하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집에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게 예능 이미지를 원하시는데 전 배우로 데뷔했던 터라 그런 간극에서 오는 생각이 많았어요. 제가 연기를 하면 '쟤가 무슨 연기를 해'라는 반응들이 나오는 것에 생각이 많았죠. 그러던 중 '막영애'를 제안해주셨고 '제가 열심히 하면 좋게 봐주시겠지'라는 생각에 임하게 됐어요."
Q. 현재는 소속사 없이 혼자서 활동하시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가능성이 많이 사람이 아니에요. 넓은 범위를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혼자 열심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매니저가 따로 있긴 하지만 지금은 의상도 전부 제가 준비하고 있어요."
Q.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어떤 캐릭터든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배우보다 예능의 이미지가 강해 그런 게 좀 안타까워요. 제게 연기의 기회가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더욱 '막영애' PD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리고요. 저에게서 어떤 모습을 보셔서 기회를 주신 거니까요. 제가 수민이를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 어떤 캐릭터이라도 열심히 임할 테지만 언젠가 진짜 무서운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Q. 앞으로 예능에도 계속 출연할 계획이신가요?
"예능 출연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잠깐 예능으로 이미지가 굳혀버린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긴 했지만 사실 제가 예능으로 이름이 알리기 시작했잖아요. '막영애' 시리즈도 예능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출연하고 싶어요."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요?
"대체불가한 배우요. 뭐든 하면 그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상관없이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보고 싶어하고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가 궁금해요.
"올해 안에 '막영애' 외의 다른 작품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이번 시즌에서 저의 서툴렀던 부분을 많이 느껴서 그런 부분을 더 공부해 고치고 싶고요. 이전보다 깊게 생각을 많이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한 것에 비해 결과가 너무 잘 포장된 것 같아요. 항상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nahee@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