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한항공의 기장은 한선수(33)였다. 한선수가 완벽한 토스 워크로 팀 3연승을 견인했다.
대한항공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린 OK저축은행과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16승11패, 승점 44를 기록했다. 이제 2위 삼성화재와 승점 차는 5점. 가시권에 둔 셈이다.
해결사는 미챠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곽승석 삼각편대였다. 하지만 이들을 지휘한 건 단연 '기장' 한선수였다. 한선수는 이날 경기 내내 허를 찌르는 분배로 대한항공 공격 리듬을 지휘했다.
OK저축은행의 무딘 공격이 대한항공의 안정된 리시브로 이어졌다. 마치 한선수를 위한 판이 깔린 분위기였다. 1세트부터 완벽했다. '몰빵'은 없었다. 1세트 가스파리니의 점유율은 34.8%. 정지석과 같은 수치였다. 가스파리니는 6득점, 정지석은 4득점으로 성공률도 절반을 웃돌았다. 한선수는 1세트 22개의 세트 중 11개를 성공시켰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개가 매우 훌룽한(excellent) 세트였다.
2세트는 더욱 완벽했다. 1세트 힘을 비축한 가스파리니의 공격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22개의 세트 중 13개 성공, 이 중 매우 훌륭한 세트는 10개에 달한다. 행운도 따랐다. 24-24 듀스 상황에서 진상헌 향해 날린 토스가 다소 낮았다. 하지만 진상헌이 이를 재치있게 힘 뺀 스윙으로 연결하며 세트 포인트를 따냈다. 진상헌과 한선수는 미소지으며 안도했다. 이들의 호흡이 빛난 장면이었다.
한선수의 고른 분배는 5라운드 들어 도드라지고 있다. 한선수는 앞선 5라운드 2경기서 가스파리니의 점유율을 30%대 중반에 머물게 했다. 물론 곽승석과 정지석이 한선수의 토스를 제대로 살렸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과감한 지휘가 먼저였다.
대한항공, 그리고 한선수의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박기원 감독은 2라운드 한때 한선수를 선발 제외하는 강수까지 뒀다. 토스워크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박 감독은 "자존심이 강한 한선수지만, 팀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선수는 반등을 시작할 무렵, 눈물을 흘리며 "그간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자책했다.
이제 눈물은 없다. 대한항공의 활주로 주행은 끝났다. 이제 완벽한 상승곡선에 올랐다. '기장' 한선수가 미소짓는다. /ing@osen.co.kr
[사진] 안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