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서 돈을 좇지 말고, 돈 몇 푼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베테랑들에게 유독 추웠고 냉담했다. A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구단들이 지갑을 과감하게 열었지만, 두 번째 FA, 그리고 베테랑이지만 첫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의 소속팀은 쉽사리 결정되지 않았고, 구단들과 협상도 원활하지 않았다.
구단들이 육성의 기틀을 다지면서 동시에 더 이상 베테랑들에게 온정주의 대신 비즈니스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 이번 FA 시장에 나선 베테랑들에게 불어 닥친 한파의 이유였다. 과거에는 시간이 선수 편이었지만, 이제 구단은 더 이상 시간이 흐르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구단들은 완강했다. 일부 선수들은 구단과 협상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올해 이런 기류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베테랑 FA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면서 호된 추위를 맛봤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문규현만큼은 평온했다. 문규현은 이번 FA 시장에서 1호 계약자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7일 KBO가 FA 선수를 최종 공시했고 이튿날인 8일, 롯데와 2+1년 총액 1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롯데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롯데 잔류를 최우선시했던 문규현이었는데, 1호 계약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드물었다. 문규현 입장에서도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을 해 볼 마음을 갖고 있었을 터. 그러나 문규현은 롯데의 조건을 흔쾌히 수락했고, 별다른 ‘밀당’ 없이 롯데 잔류를 택했다. 결국, 문규현의 이 선택은 향후 보여진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가장 현명했던 선택이 됐다.
문규현은 같은 베테랑 FA 선수들이 시장의 냉대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시장이 추운 것 같다”며 FA 시장에서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가치절하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했던 선택이 지금은 다행스럽기도 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계약을 끝낸 입장에서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가 빠르게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견지명을 가진 현명한 조언자들 덕분이었다. 문규현이 첫 손에 꼽은 계약의 일등공신은 장모님이었다. 그는 “장모님께서 ‘돈을 좇지 말고 돈 몇 푼에 연연하지 말자‘고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롯데에 남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2~3억 더 받으려고 협상을 하다가 더 추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면서 장모님의 조언이 결국 문규현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물론 문규현의 최우선 순위도 롯데 잔류였지만, 주위의 결정적인 조언, 그리고 구단과 협상 과정에서 그를 감동시킨 "너도 프랜차이즈 스타다"는 말이 최종적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 결국 문규현은 빠른 결단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그 어떤 선수들보다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이제 문규현은 다시 올 시즌, FA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다시 뛴다. 계약도 하기 전인 11월 초부터 개인훈련에 일찌감치 돌입한 문규현은 “일단 체력 훈련을 위주로 몸을 계속 만들어 왔다. 스프링캠프 들어가서 기술 훈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고 말하며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