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는데 왜 고개를 숙이나"라는 박항서 감독의 말이 베트남 전체 사회에 잔잔한 울림이 되고 있다.
1일(한국시각) 베트남 매체 '징'은 베트남 호치민시의 다오 손 타이 고등학교에서 박항서 감독이 23세 이하(U-23)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남긴 말을 논술시험 주제로 채택해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U-23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1-2로 패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박 감독과 대표팀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축구가 AFC 주최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 이 대회에서 동남아 국가가 아시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베트남이 처음이었다.
특히 박 감독이 경기 직후 벤치에서 한 말은 베트남 사회 전역에 큰 감동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우승을 놓쳐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수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느냐"며 오히려 호통을 쳐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기사에 따르면 다오 손 타이 고교 11학년(한국의 고2에 해당) 문학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응우옌 투 트랑 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박항서 감독이 준결승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한 말에 대한 생각을 서술하라'는 논술 시험에 나섰다.
베트남의 축구팬으로 알려진 트랑 교사는 이 말을 통해 제자들의 애국심과 단결정신을 고취하려고 했다. 더불어 제자들이 최선을 다한 후에는 고통이나 후회 없이 고개를 들고 다닐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채점 결과 학생들의 3분의 2는 트랑 교사의 의도대로 썼다. 더불어 여학생들 절반은 선수들이 왜 고개를 숙였는지에 대해서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여학생들은 우승을 하지 못해 9천만 베트남 국민들의 기쁨을 완성시키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이었을 것이라고 선수들을 옹호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위는 박항서 감독(AFC 제공), 아래는 다오 손 타이 고교 트랑 교사와 학생들('징' 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