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까지 등판했다. 이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흑기사'의 시작과 끝을 서지혜가 장식했다는 건 확실하다. 이쯤되면 서지혜를 위한 '흑기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 17회에서 문수호(김래원 분)는 샤론(서지혜 분)의 은장도에 찔려 생사 기로에 섰다가 무사히 살아났다. 이 은장도는 전생에 분이(신세경 분)와 명소(김래원 분)의 은반지를 녹여 만든 것으로, 절대 죽지 않겠다고 했던 명소와 분이의 약속과 바람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백희(장미희 분)는 수호를 비롯해 양승구(김설진 분)의 기억을 지웠다. 하지만 수호가 백희와 샤론의 대화를 듣고는 샤론이 자신을 죽이려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해라(신세경 분) 역시 이를 알게 된 가운데, 샤론은 차를 타고 경찰서를 가던 중 한강 다리 위에서 몸을 던졌다.
이후 백희는 샤론을 그리워하는 승구를 보며 샤론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널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없지 않구나. 널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라는 백희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의 애틋했던 과거가 공개되기도.
그리고 방송 말미 샤론은 양장점으로 돌아와서는 해라와 대면,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이날 방송은 수호를 죽이려 한 샤론으로 시작해 기억상실에 걸린 샤론으로 끝이 났다. 또한 과거 죽으려고 했지만 죽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오열하는 모습 등을 통해 샤론의 기구한 운명을 부각시켰다.
분명 샤론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다. 전생의 업을 지우기는커녕 수호와 해라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수호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극 초반 매력이 넘치던 샤론은 온데간데 없고, 집착만 가득한 악녀로만 남은 것. 그런 가운데 '흑기사'는 샤론의 안타까운 사연을 부각시키고 기억상실이라는 진부한 소재까지 더해 '주객전도'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흑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