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식 코치가 말하는 #새가슴 탈출 #책임감 #롯데팬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8.02.01 13: 00

"지도자로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도자로서 야구인생 2막을 시작한 강영식 경찰 야구단 투수 코치에게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강영식 코치는 지난해 11월 롯데 자이언츠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현역 연장과 지도자의 갈림길을 놓고 고민해왔던 그는 경찰 야구단 투수 코치직 제안을 받고 야구 인생 2막을 시작하기로 했다.
강영식 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성실한 훈련 태도와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 그리고 소통 능력이 뛰어나 향후 지도자로서 좋은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은 "좌완 출신 투수 코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강영식 코치가 오게 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강영식 코치와의 일문일답.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크다 보니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지도자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그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지도자로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곳에 와서 선수들을 보니까 야구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크고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눈에 보였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현역 생활을 마감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1000경기 출장을 달성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류택현 선배님의 기록을 경신하고 싶었는데 이미 지난 일이다. 내가 현역 시절 이루지 못했던 아쉬움을 선수들이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새로운 목표다.  
-경찰 야구단 투수 코치 부임 이후 홍성민 등 롯데 출신 선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처음에 왔을 때 모든 게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홍성민, 한승혁, 김민수 등 롯데 출신 선수들이 나를 친숙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라.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가 있다면.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몇 달 쉬다보니 몸이 쳐진 느낌이 들었다. 지도자 또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좌완 투수로서 배팅볼을 던질 기회도 늘어날 것 같다. 
▲아직 배팅볼을 던져보지 않았는데 짧은 거리를 던지는 게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웃음) 
-지도자로서 롤모델은 누구인가. 또는 가장 인상적인 한 마디가 있다면. 
▲정말 많은 분들께서 내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수많은 스승 가운데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님께 가장 감사드린다. 말없이 지켜주신 버팀목같은 분이라고 할까. 늘 믿어주셨고 몸과 마음 모두 강해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신 분이다. 그리고 성준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 감독님께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진심이 무엇인지 느꼈다고 할까. 일방적인 지도 또는 강요 대신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셨다. 많이 와닿았다. 내 마음을 모두 털어 놓고 이야기해도 될 만큼 신뢰가 가득한 분이시다. 
-현역 시절 새가슴이라고 불린 시절도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필승 계투 요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강영식 코치와 비슷한 성향의 투수를 만난다면 어떻게 조언할 생각인가. 
▲새가슴 투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벽을 무너뜨리는 게 쉽지 않았는데 벽을 무너뜨리고 나니까 쉽게 느껴졌다. 왜 이걸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나는 벼랑 끝이었다. 이걸 깨주신 게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이었다. 나는 생각이 많고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걸 다 깨주셨다.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안타 또는 홈런을 맞아도 되고 점수를 허용해도 좋으니 너는 네게 원하는 부분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기까지 5개월 가량 걸렸다. 경기에는 나가야 하고 상대 타자를 꺾어야 하니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감독님의 바람대로 변하고 있었다. 나 또한 선수들에게 결과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 선수가 해야 할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지도자로서 내가 안아주고 책임져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지키겠다. 
-경찰 야구단 선수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가. 
▲여기 선수들은 소속 구단의 유망주로 구성돼 있다. 성공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곳에 와서 보니 '2년만 버티다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경찰 야구단에서 잘 준비해 소속 구단에서 더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과 대화를 자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직은 선수 개개인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 이전에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자 한다.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나의 말과 행동에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면 신뢰가 무너진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롯데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동안 롯데팬들께 받은 게 정말 많다. 비록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그냥 뒤로 돌아보지 않고 가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는 꼭 하고 싶었다. 롯데 이적 직후 그저그런 유망주였던 내게 정말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힘내라" "화이팅" 그 한 마디가 확 와닿았다. 영혼이 담겨 있다고 할까. 때로는 그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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