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자원이 줄고, 덩달아 병역 의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시대다. 웬만하면 신체적 문제로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기 쉽지 않아졌다. 그런데 박규민(23·SK)은 병역 의무 수행 도중 ‘집으로’를 명령받았다. 일견 행복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박규민으로서는 우울한 2년이었다.
2014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을 받은 박규민은 지난 2015년 말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병역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6년 도중 의병 제대했다. 허리 문제가 비교적 심각했다. 허리를 이루는 일부의 인대가 뼈처럼 굳어 자랐다. 그대로 있으면 모를까, 이 인대가 신경을 건드리면서 하반신 활용에 제약이 생기는 큰 문제로 번졌다.
잘못하면 하반신 마비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 박규민은 수술을 받았고, 더 이상의 병역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제대했다. 곧바로 재활 일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재활 진도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후유증으로 오른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자꾸 늦어지는 재활에 공포감도 있었다. 박규민은 “아무래도 신경 문제니 불안했다. 앞으로 야구를 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완인 박규민으로서는 오른 다리가 와인드업시 축이 된다. 이것이 무너지면 정상적인 투구폼조차 만들기 어렵다. 자연히 투구 밸런스가 많이 깨졌다. 통증을 완화하고, 이 밸런스를 조절하는 데만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일찍 제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년의 시간을 군에서 보낸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하지만 다행히 재활 성과가 조금씩 나고 있다. 현재는 완벽하지는 않으나 피칭에 들어간 상태다. 박규민은 “재활군과 잔류군을 오가며 웨이트도 하고, 꾸준히 움직이면서 많이 좋아진 상태”라면서 “처음에는 허리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다. 허리 문제 때문에 완벽하게 깨지고, 또 잃은 투구 밸런스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올 시즌 내내 과제가 될 수 있다. 박규민도 “그간은 힘이 아예 들어가지 않아 마운드에 오르면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 예전 밸런스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첫 목표를 제시했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고 아직은 어린 선수인 만큼 밸런스 문제만 회복된다면 쭉쭉 치고 나갈 수 있다. 구단도 2월 중순 시작될 팀의 가고시마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 명단에 박규민을 포함시켜 밸런스 회복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김경태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아직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균형이 안 잡힌다는 문제가 있는데 제춘모 코치와 중점적으로 지도할 생각”이라고 박규민의 회복을 반겼다. 우울했던 2년을 털어낼 2018년이 될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