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듯 했다. 롯데 자이언츠 ‘캡틴’ 이대호(36)가 전지훈련 출발 전 강조한 것은 팀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롯데는 30일과 31일, 이틀 간 45명의 선수단이 1차 전지훈련지인 대만 가오슝으로 출국했다. 2018시즌 여정을 위한 돛을 내린 셈이다.
올해 롯데는 그 어느 팀보다,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비시즌 초반에는 주전 포수 강민호가 삼성으로 FA 이적하면서 다소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후 FA 시장에서 손아섭을 잔류시키고 민병헌을 데려왔다. 그리고 황재균(kt)과 강민호의 FA 보상선수로 각각 투수 조무근, 포수 나원탁을 지명한 뒤 2차 드래프트에서 고효준, 이병규, 오현택을 데려와 전력을 두텁게 만들었다. 여기에 넥센과 사인 앤 트레이드로 채태인마저 합류시키며 오프시즌 행보를 모두 마무리 지었다.
롯데의 오프시즌 행보가 공격적인 이유, 바로 대권이다. 지난 시즌 거둔 3위의 성적보다 더 높은 곳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적을 내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구단은 노력했고, 이제 그 조각들을 하나씩 갖춰나가는 일만 남았다. 오프시즌은 구단 프런트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선수단에게 그 공이 넘어왔다. 결국 선수단의 중심이자 주장인 이대호가 이 조각들을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격적인 행보로 선수들을 대거 보강한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있다. FA로 풀린 최준석, 이우민과는 여전히 계약 의사가 없다. 대신, 조홍석, 오윤석, 구승민, 이인복 등 군 전역 선수들은 지난 마무리캠프를 통해 조원우호에 처음 합류해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한동희와 윤성빈 등 신예 선수들도 1군 선수들과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새얼굴들 자체가 많아진 올 시즌 롯데의 선수단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이방인 생활을 겪으면서도 존재감을 발휘해 성적까지 이끌었던 이대호였기에 적응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에서 팀을 옮겨봤기에 변화에 대해서는 적응을 했다”며 “새로운 선수들이 하루 빨리 융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의 통 큰 지원에 담긴 의미를 이대호 역시 알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그들에게 롯데의 분위기를 하루 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야 팀이 하나로 뭉치는 지름길이고, 이것이 성적으로 연결된다는 것. 그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선수단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성적도 나오지 않는다. 선수단이 빨리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구단의 지원과 이대호의 열망 모두 일치하는 올 시즌이다. 지난해 롯데가 5년 만의 가을야구를 펼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대호의 복귀로 인한 팀 분위기의 안정화를 꼽을 수 있었다. 이대호가 팀에 미치는 존재감과 영향력은 그 어느 선수들보다 크다. 전지훈련 출국장에서도 오랜 만에 만난 선수들을 일일이 맞이하면서 주장으로서 위엄을 뽐냈다.
비시즌 공격적인 행보로 구단은 의지를 표명했고, 이대호 역시 “내가 잘하는 것보다 팀이 잘하는 것이 더 기분 좋다. 지난해 보다는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싶고, 제일 마지막까지 야구하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자신이 롯데로 돌아오게 된 이유도 “롯데의 우승을 위해”라고 표현하면서 대권에 대한 열망을 강조했다. 과연 이대호가 중심이 된 롯데의 올 시즌 순위는 어느 곳에 위치하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