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이동현·조정훈 잇는 재활 성공 사례 쓸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01 13: 00

'아픈 손가락'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윤석민(32·KIA)이 2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담금질에 나선다.
KIA는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한 55인이 이번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 명단에는 반가운 이름이 있었다. 최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2주 전, 자비를 들여 오키나와로 먼저 건너갔다.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재활에 편히 매진하기 위해서다.
윤석민은 KIA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5년 KIA에 2차 1번으로 입단한 그는 차근차근 '에이스 수업'을 받아왔다. 2008년 24경기서 14승4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화려한 족적을 내딛었다. 이어 2011년에는 27경기에 등판해 17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석권했다.

KBO리그가 좁았던 그는 2013시즌 종료 후 '빅 리그'를 노크했다. 볼티모어와 3년 총액 575만 달러(약 62억 원) 계약. 그러나 트리플A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윤석민은 1년의 도전을 마치고 다시 KBO리그에 돌아왔다. 친정팀 KIA는 그에게 4년 총액 90억 원을 안겨줬다. 당시 투수 최고액이었다.
복귀 첫해인 2015시즌에는 구원투수로 나서며 30세이브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2016시즌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시즌 종료 후 윤석민은 자신을 괴롭히던 오른 어깨 웃자란 뼈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후반기 복귀가 예상됐으나 재활이 길어졌다. 실전투구 직전에 다시 재활로 돌아가는 아쉬움이 거듭됐다.
결국 윤석민은 지난해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사이 팀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윤석민에게는 여러 모로 아쉬웠을 2017년이다. 올해는 출발부터 다르다. 윤석민은 2016년 이후 2년 만에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KIA 관계자는 "현재 캐치볼과 롱토스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두 달 일찍 쓰자고 재활을 앞당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100% 몸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1년 이상의 공백. 하지만 재활 결과에 따라 '타이거즈 에이스'의 면모를 다시 만나볼 수도 있다. 윤석민의 모델이 될 사례는 충분하다. 이동현(LG)이 대표적이다. 2001년 LG에 입단한 그는 4시즌간 불펜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4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무려 5년의 수술과 재활이 거듭됐다. 이동현은 2004년과 2005년, 2007년 세 차례나 팔꿈치에 메스를 댔다. '인대를 LG에 바쳤다'는 말처럼 쉽지 않은 재활이었지만 이동현은 이를 이겨내고 2009년 복귀했다. 이동현은 이후 LG 불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정훈(롯데)도 기나긴 재활 터널을 이겨낸 사례다. 조정훈은 2009년 27경기에 등판해 14승9패, 평균자책점 4.05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그러나 2010시즌 11경기 등판에 그치며 부상의 늪이 시작됐다. 이어 팔꿈치와 어깨 수술이 이어졌고 2016년까지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롯데는 조정훈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했고, 마침내 지난해 복귀했다. 조정훈은 지난해 7월 감격의 1군 복귀를 이뤄냈고, 꾸준한 관리 속에 롯데 필승조 역할을 다했다.
재활 기간은 길든 짧든 자신과의 힘든 싸움이다. 첫 수술 후 재활한 선수들이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이동현과 조정훈은 자신과의 사투를 5년 이상 펼쳤고, 이를 극복했다. 윤석민도 지난 1년간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 팬들의 비난과 조롱도 함께였다. 이동현이나 조정훈 못지 않게 마음고생이 심했을 그다. 과연 윤석민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감동의 복귀 스토리를 선사할까. 만일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KIA는 또 한 번의 우승 향한 천군만마를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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