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품씩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배우 박정민. 훗날 그가 완성할 선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한 게 사실이다. 배우로서 아직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선배 연기자들 못지않게 내공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박정민의 주가는 올 1월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통해 다시 한 번 치솟았다. 이곳저곳에서 그의 개성 넘치는 연기 스타일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부쩍 더 많아졌다.
그들의 칭찬세례는 손익분기점(210만) 돌파로 이어졌고 이젠 차기작 ‘염력’(감독 연상호)에 흥행 배턴을 넘겼다. 그가 이제 30대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음이 분명하다.
박정민이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호평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31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던 피아노를 6개월여 간 매일 5시간씩 연습한 끝에 수준급 실력으로 올려놓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앞선 선배들이 해석해 만들었던 자폐 캐릭터와 차별화된 인물을 창조했다.
자폐아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보고 베낀 것도 아니었다. ‘말아톤’ 윤초원(조승우 분), ‘맨발의 기봉이’ 기봉(신현준 분)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매력을 불어넣은 진태를 만들었다.
박정민이 끈질긴 노력 끝에 완성시킨 진태는 가족 코미디극에 리얼리티를 더해줌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말투부터 표정, 아버지의 의상까지 디테일을 살리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동주’(감독 이준익)로 남우신인상을 휩쓴 그가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영화계에 확실히 인식시켰다. 형 조하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과의 팽팽한 연기 호흡이 더해져 강한 진폭의 감정선으로 극을 이끌었다.
가족의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더욱 강렬한 여운과 울림을 전달한 박정민이 올 연말 다시 한 번 수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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