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4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화려하게 열린다. 지난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을 번복하는 최악의 해프닝이 일어난 바 있다. 절치부심으로 새로운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우리를 울리고 웃길까. 최근 발표된 최종 후보를 통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미리 살펴봤다.
#최악의 수상 번복 해프닝, 올해는 실수 없을까
지난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이 번복되는 최악의 해프닝이 일어났다. 작품상으로 '라라랜드'가 호명됐고,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무대로 올라와 트로피를 품에 안고 기쁨을 나눴다. '라라랜드' 제작진이 오스카를 거머쥔 감격의 소감을 전하던 그때, 작품상의 주인공이 번복됐다. 호스트 지미 키멜은 "작품상 수상은 '문라이트'라고 정정됐고, '라라랜드' 제작진은 머쓱하게 오스카 트로피를 '문라이트' 팀에 내줘야만 했다.
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에 먹칠을 한 역대급 해프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의 호스트를 맡은 지미 키멜은 아카데미 시상식 티저 영상을 통해 재치있게 지난해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지미 키멜은 지난해 아카데미의 실수를 반복해서 악몽으로 꾸고, '문라이트'를 외치며 잠에서 일어난다. 봉투를 열어볼 수조차 없이 쏟아지는 비난 편지 세례에 시달리고, 카페에서는 '지미(JIMMY)' 대신 '티미(TIMMY)'를 외치는 직원에게 "너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돼"라고 멱살을 잡는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풍자하며 올해의 시상식을 준비 중인 아카데미, 90회를 맞아 지난해의 악몽을 만회할 수 있을까.
#기예르모 델 토로, 오스카도 싹쓸이할까 or 표절 논란에 무너질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최다 후보에 올랐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의상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등 총 13개 후보에 올랐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으로 손꼽히는 작품. 앞서 열렸던 제75회 골든글로브와 개최를 앞두고 있는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최다 노미네이트 됐다. 또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비롯해 크리틱스 초이스 등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하며 '거장'의 면모를 입증했다.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를 앞두고 때아닌 표절 논란이 터지며 아카데미로 향하는 여정에 암초를 만났다. 작가 폴 진델은 최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자신이 1969년에 쓴 소설 '렛 미 히어 유 위스퍼 앤 레이디스 슛 비 인 베드(Let Me Hear You Whisper and the Ladies Should Be in Bed)'를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카데미 꽃길을 앞두고 터진 표절 논란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수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최초의 '로건', 최연소의 티모시 샬라메
'로건'은 히어로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에 오른 것은 '로건'이 최초다. 17년간 울버린을 연기해 온 휴 잭맨은 아카데미 후보 발표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할리우드가 후보 지명 도움에 관한 통계를 보유하고 있다면 아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선두에 설 것"이라며 "마침내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받았다"고 '로건'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게 축하를 전했다. 과연 '로건'이 노미네이트에 이어 수상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샬라메는 역대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영광을 얻었다. 티모시 샬라메는 "조금 충격도 받았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감사함은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올해의 모든 후보 분들과, 이 부문을 거쳐간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다. 저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에 경외심을 느낀다. 정말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게리 올드만, 덴젤 워싱턴 등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젊은 피' 다니엘 칼루야와 오스카를 두고 경쟁하게 된 티모시 샬라메가 역대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주인공까지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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