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가 드디어 안방극장에서 자신의 포텐을 완벽히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전통적인 미인상에 안정된 연기력으로 줄곧 주연급이었으나 2%가 부족해보였던 서지혜가 '흑기사'로 얻은 한 방이다.
서지혜는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에서 자신의 외양과 연기력의 강점을 십분 살렸다. 외면적으로는 완벽한 미모를 지닌 샤론 역으로 자신의 미모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고, 연기적으로는 악녀이면서도 일면 동정심을 유발하고 여기에 특유의 코믹함을 발산하며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극 중 늙지않는 저주를 받은 샤론 양장점의 디자이너 샤론은 갖지 못하는 한 남자(남편) 수호(김래원)를 열렬히 갈구하는 여자다. 지난 방송에서는 도 넘은 집착을 보이며 "한 번만 안아달라 예전처럼"라고 애절히 청하는 것도 거절당하자 은장도로 수호를 찔러 그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사랑하는 남자의 눈과 마음은 다른 여자를 향해있고, 이를 향한 질투에 눈이 먼 여자. 일면 서지혜와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이다. 어디서든 주목받을 만한 빛나는 외모를 지닌 서지혜와 사랑받지 못하고 철저히 외면 당하는 안쓰럽고 독한 인물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서지혜는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을 깨뜨리며 이른바 인생캐릭터를 얻었다. 샤론은 위태로운 삼각로맨스를 형성하며 역대급 악녀에 가까운 나쁜 짓을 일삼지만 이런 샤론을 연기하는 서지혜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선해보이는 두 눈으로 표독스러운 레이저를 쏘고, 그러면서도 간혹 보이는 허당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운명적으로 얽힌 수호와 해라(신세경)의 애틋한 로맨스보다도 샤론의 질투나 복수심 등을 보는 것이 더욱 긴장감 있게 다가오는 면도 있다. 전생에 죄를 지어 불로불사의 저주를 받아 200년을 늙지 않고 살아 온 샤론의 '한'이 서지혜에게서 잘 묻어나는 것은 그가 쌓아온 내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회를 거듭하며 샤론의 도 넘은 집착이 계속되자 시청자들에게 '이제 그만'이란 호소가 나오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샤론이 가장 돋보이는 것에 대한 불만을 담은 반응도 더러 등장하지만, 서지혜가 이번 작품으로 다시금 그의 필모그래피를 환기시킨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간 그래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미모에 비해 대표작이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한 서지혜가 '펀치', '질투의 화신'을 넘어 완벽한 주연으로 올라선 모습이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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