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일화가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를 통해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다. 1994년 개봉한 영화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감독 유영진) 이후 24년 만에 주연으로서 작품 전면에 나선 셈이다.
‘천화’는 한 치매노인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일화는 치매노인을 간호하는 간호사 윤정 역을, 상대역으로 분한 양동근은 선천적인 예술 감각과 야생적인 기질을 지닌 제주도 토박이 청년 종규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이 꿈과 현실을 오가며 사랑에 대한 욕망과 삶에 대한 집착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분했다. 그동안 알려졌던 제주도의 주요 관광지가 아니라 곳곳에 비밀스러운 장소들이 스크린에 펼쳐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일화는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정말 우연히 하게 됐다. 저한테 바로 출연 제안이 들어왔던 게 아니라 후배 배우 정나온 씨가 ‘언니 나 출연 제안 받은 작품이 있는데 한 번 봐달라’고 해서 우연찮게 읽어 보게 됐다. 제가 처음엔 캐릭터 수연에 매력을 느껴 감독님에게 얘기를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종본에서 수현 역은 신인 이혜정이 연기했다.
이어 이일화는 “감독님이 당시 ‘수연 역할은 이미 플라멩코를 추는 배우가 캐스팅이 됐다’고 하셨다. 근데 며칠 뒤 다시 콜이 와서 ‘주인공 윤정 역을 하는 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셔서 기쁘게 참여하게 됐다”라고 주연으로 참여해 작품을 이끈 소감을 전했다.
당초 윤정 역할은 20대 후반으로 설정됐지만, 이일화가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민 감독이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수정 변경해 의기투합했다. 이일화는 캐릭터의 크기에 관계없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이일화는 “24년 만에 주연이지만, 모든 작품이 제게 주어진다면 저는 카메오 출연이라도 기꺼이 할 거다”라며 “중간에 일을 쉬면서 ‘무슨 역할이 주어지든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하기 싫은 작품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일화가 해서 빛이 나는 캐릭터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상황이 어려워서 했든, 좋아서 했든,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