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 느끼는 KIA 선수단의 동상이몽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31 15: 01

왕관을 쓴 KIA 선수들. 이제 9개 구단의 도전에 맞설 차례다. 왕관의 무게는 같지만, 선수들의 피부에 다가오는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부담과 자신감 사이의 동상이몽이다.
KIA 선수단은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한 선수단 55명이 3월 8일까지 담금질에 나선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임창용, 김주찬, 이범호 등 베테랑 선수들은 조금 일찍 일본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이날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저마다 비시즌 행보와 올해 각오들을 설명했다. 각기 다른 내용들이었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 KIA의 2년 연속 우승이었다.

KIA는 지난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가동했다. 4월 중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KIA는 시즌 최종전까지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시즌 막판 두산의 맹추격에 공동 1위까지 따라잡혔지만, 최종전서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KIA는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을 4승1패로 누르고 통합 우승을 일궜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감격.
투타 모두 위용을 떨쳤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는 나란히 20승을 달성했고, 팻딘과 임기영 역시 10승 근접한 활약을 펼쳤다. 타선도 '타율왕' 김선빈을 축으로 일곱 명의 타자가 규정타석 3할을 기록했다.
왕좌에 오른 만큼 시선은 '2연패'로 향한다. 왕관을 썼기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KIA를 제외한 9개 구단은 올 시즌 KIA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도전이 펼쳐질 건 자명하다.
'왕좌 수성'에 대한 KIA 선수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주축 타자로 우승을 맛본 나지완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졌다. 나지완은 "우승 직후 성적은 따라올 것 같았다. 자신감이 가득했다. 막상 그게 아니었다. 자신감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2009년 왕좌에 오른 KIA는 이듬해 승률 4할4푼4리에 그치며 5위에 머물렀다. 나지완은 그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안치홍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지난해 나와 (김)선빈이 형이 복귀했고, (최)형우 형까지 영입했다. 주위에서는 '우승 적기'라고 말했고, 실제로 우승했다"라며 "올해는 '지난해 우승을 했으니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우승 적기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성적이 좋았다고 부담이 줄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이다.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해 우승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그 기억은 이미 지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를 비롯한 지난해 우승 전력이 모두 잔류했다. 굳이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 없어도 충분히 강한 전력이다"라고 진단했다. 양현종은 "코치님들 평균 연령이 젊어졌다. 편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KIA라는 팀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발전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현질의 맛'을 알려준 최형우는 "부담이 전혀 없다. 편한 마음이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지난해 모두가 완벽히 잘했기 때문에 우승했다. 그 전력이 전부 남았다. 올해 목표는 2연패다"라고 밝혔다. '타격왕' 김선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승 트로피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형들을 믿는다. 다들 즐기면서 야구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염려 혹은 자신감. 같은 왕관을 썼지만 느끼는 무게는 다르다. 부담의 차이는 있지만 목표는 하나, 우승이다. KIA는 2연패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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