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남짓. 그 짧은 시간 동안 고창성(34·kt)은 야구를 즐기기 시작했다.
kt는 스프링캠프 출국 하루 전인 28일 사이드암 투수 고창성 영입 소식을 전했다. 한때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고창성은 어느덧 팬들 사이 잊힌 이름이었다. 2008년 두산에서 데뷔한 그는 2012년까지 5시즌 동안 두산 불펜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고창성의 전성기에는 일시정지 버튼이 눌렸다. 고창성은 이후 부상과 재활을 거듭하며 1군 무대서 자취를 감췄다. 2013시즌을 앞두고 NC의 신생팀 특별지명을 받았으나 큰 활약은 없었다. KBO리그 6시즌 통산 242경기 등판해 246⅔이닝을 던지며 15승12패56홀드 평균자책점 3.69. 고창성이 남긴 기록이었다.
그는 2017년의 끝자락에서 호주 무대를 노크했다. 어떻게든 현역 연장하겠다는 의지였다. 고창성은 2017-2018 호주리그서 9경기(2선발)에 등판해 23⅓이닝을 던지며 1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했다.
그러던 와중 kt의 러브콜을 받았다. kt는 고창성이 호주 무대에 진출하기 전부터 그를 눈여겨봤다. 호주에서 실전 등판했을 때 모습을 체크했고, 합격점을 내렸다. 그렇게 고창성은 kt와 계약했고 29일 팀의 1차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고창성의 얼굴은 사뭇 밝았다. 두산 시절 인연이 있었던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는 물론 나란히 kt에 합류한 더스틴 니퍼트, 금민철과 환담을 나눴다. 그는 "니퍼트와 근황을 주고받았다. 호주에서 몇 달 지냈으니 그 정도 영어는 된다"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 달도 채 안되는 호주 생활. 고창성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물론 여건은 열악했다. 면적이 넓은 탓에 원정을 떠나서도 시차에 적응해야 했다.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떠날 때면 꼬박 6시간 이상을 날아갔다. 도착하자마자 등판하는 패턴이었다. 그럼에도 꿈 하나만을 좇으며 버텨냈다.
고창성은 "각국의 다양한 유망주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KBO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짧은 호주 생활의 가장 큰 소득은 '야구를 즐기는 법' 터득이었다. 그는 "물론 호주리그 선수들도 부진한 뒤에는 침울해진다. 하지만 이내 털어낸다. 성적이 안 좋아도 즐기는 모습이었다"라며 "KBO리그 무대에서도 호주에서 본 선수들처럼 야구를 즐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몸 상태는 이상무. 고창성은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는 나도 모르게 걱정됐다. 하지만 이상은 전혀 없었다. 컨디션도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힘겹게 다시 얻은 KBO리그 기회.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목표가 높으면 오버페이스 하게 된다. 다시 다치고 싶지 않다. 그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이고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걸 전달하고 싶다". 고창성의 이야기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 불펜은 양과 질에서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야구를 즐긴다면 그만큼 도약의 폭도 크다. 과연 고창성이 kt 전력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