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이 산적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류대환 KBOP 신임 대표의 이야기다.
KBO는 30일 서울시 강남구 모처에서 이사회를 개최, 규약개정 및 임원 선출 건을 심의 의결했다. 정운찬 총재는 마케팅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KBO 사무총장직과 KBOP 대표이사직 분리를 결정했다. '살림꾼'인 사무총장에게 내치를 맡기는 동시에 체계적인 마케팅을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 사무총장에는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KBOP 대표이사에는 류대환 KBO 사무차장이 선임됐다.
정운찬 총재는 취임 일성부터 마케팅 강화를 역설했다.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마케팅이 정 총재의 최대 과제이자 목표다. 사무총장만큼이나 KBOP 대표이사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 정 총재는 류대환 전 사무차장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류대환 신임 대표는 2002년 KBOP 설립 당시부터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1990년 KBO 입사한 그는 2002년 KBOP 설립과 동시에 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10년간 공격적 마케팅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왔다. 류 대표는 선임 직후 OSEN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소식을 들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야구는 물론 프로스포츠 전체가 산업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 KBOP 대표는 신임 총재가 내건 산업화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아야 했다. 류대환 대표는 "성장이란 기존 틀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KBOP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면서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지금의 상식을 깨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운찬 총재는 마케팅의 예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통합 마케팅 사이트 'MLB.com'처럼, 'KBO.com'을 들었다. 구단들의 협조가 선행돼야 하지만, 꼭 이루겠다는 각오. 류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통합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프로야구 산업 자체가 동반성장해야 한다. 이제 구단들도 자생적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그 기틀을 만드는 게 최대 고민거리이자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실적인 벽이 놓여있다. 정운찬 총재의 임기는 3년. 물론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때문에 짧은 시간 낼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류대환 대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KBO리그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뿌리내리는지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세팅을 잘해야 한다. 10년 뒤 미래를 봐야한다. 급하다고 섣불리 나서면 안 된다. 조급함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리그의 성장이 더뎌진다". 류 대표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류대환 대표가 그리는 10년 뒤 한국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류 대표는 "단순히 관중 수나 시청률만을 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령, 현재 55%에 그치는 좌석 점유율을 80%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나, 시청률 정점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결국 우리 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단순히 예를 들자면, KBO리그 팬층이 한국을 넘어 중국이나 대만까지 뻗어가는 것처럼. 이들이 메이저리그 대신 KBO리그를 택할 만큼 값어치를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야구 수장격인 KBO 총재가 산업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류대환 대표는 그 행동대장 역할을 해야한다. 과연 10년 뒤 한국 야구는 류 대표의 바람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