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이 드디어 오늘(31일) 개봉한다.
'부산행'에서 좀비를 소재로 신선하면서도 뚝심있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 한국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좀비 영화인 '부산행'은 1156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해외에서도 156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극찬을 받는 등 뜨거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고 있는 '염력'은 좀비에 이어 초능력으로 '부산행' 신드롬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줄거리: 평범한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은 어느날 갑자기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바로 염력이 생긴 것. 석헌의 딸인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은 민사장(김민재)와 홍상무(정유미)에 의해 위기에 처한다. 위기에 처한 루미를 돕기 위해 염력이 생긴 석헌과 정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정현(박정민)이 그들에 맞서며 놀라운 일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포기하라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평범한 우리는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가. 간절한 순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아빠 류승룡은 이웃을 구하는 위대한 히어로가 된다. "위기의 순간, 히어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염력'은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에 철저한 만화적 상상력을 대입한다.
'부산행'에 이어 '염력'까지, 연상호 월드는 곧 아버지의 세계다. '부산행'의 주인공인 공유는 냉철하고 이기적인 펀드매니저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는 재난을 겪으며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의문의 좀비 바이러스에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 공유는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나갔다.
'염력' 속 류승룡 역시 마찬가지. "이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냉소 섞인 말을 늘어놓고, 자신의 영향을 받아 위기에 몰린 동료(예수정)를 모른 척 하던 류승룡은 딸 루미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며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에서 이타적인 인간으로 변모해 나간다. 아버지의 성장은 연상호 월드에서는 필연적인 서사다. 위기에 맞서며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아버지들의 얼굴은 '부산행'에 이어 '염력'에서도 여전한 뭉클함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정유미는 '염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해맑고, 공감 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악녀 홍상무가 된 정유미는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가장 선한 의인에서 악의 축이 된 정유미의 파격 변신은 '염력'을 필람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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