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어쩌면 잠시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봉태규의 연기력을.
SBS '리턴'에 출연중인 배우 봉태규가 연기력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극 중 악역 김학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 중인데, 2000년 데뷔한 봉태규의 짧지 않은 연기 경력 속에서도 단연 인생캐릭터라 할 만 하다.
김학범은 상류층 4인방인 악벤저스 중 한 명으로 절대적인 비호감 캐릭터이다. 명성신학재단 이사장의 아들이자 교수로 설정돼 있지만 종교인이라는 타이틀과는 다르게 도박과 마약은 기본이고, 친구인 태석(신성록 분)의 부인 진주(윤주희 분)와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준희(윤종훈 분)가 인호(박기웅 분)의 무죄를 밝히겠다고 나서자, 홧김에 머리를 돌로 내리치는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친구 태석(신성록 분)과 함께 그를 차에 태운 채 낭떠리지로 밀어버리기까지.
소름은 그 후의 행동이다. 뻔뻔하게 준희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위선적인 눈물을 보이며 슬퍼해 보는 이에게 한껏 소름을 안긴 바다. 준희의 장례식을 찾은 김학범이 영정 사진을 보자 마자 눈물을 흘리며 "네가 왜 거기 있냐"고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봉태규의 미친 연기가 압권", "봉태규가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악역으로 인생캐를 만났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학범은 자신의 차를 추월하던 오토바이를 발견하고는 운전자를 세운 뒤 돈을 주고 폭행하는 이른바 ‘맷값폭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9년 전에는 마약을 한 뒤 한 여성을 폭행하기도 했다.
영화 '품행제로', '바람난 가족', '미나문방구',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등을 통해 친근, 유쾌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봉태규는 매 순간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장례식장 장면 외에도 자신의 병실에 독고영(이진욱 분)이 찾아오고 난 후 보이는 광기, 좌중을 압도하는 끼를 분출하다가 돌연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듯한 이중인격의 모습은 짜릿한(?) 긴장감까지 선사한다.
봉태규는 악역 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출연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주동민 PD와 이야기를 나눈 후 학범의 존재 이유를 잘 알게 됐고, 그 때부터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 공포스럽지만 이를 연기하는 봉태규의 매력에 빠져 그의 분량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라면 역대급 안방 악역 계보에 이름을 올리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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