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기도 버거운 이준호와 원진아의 ‘맴찢’ 가시밭길이 시청자를 울렸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연출 김진원, 극본 류보라) 15회에서 강두(이준호 분)와 문수(원진아 분)의 절절한 사랑이 그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문수는 강두의 방에서 성재(홍경 분)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구조대가 다가오자 강두는 문수를 먼저 내보냈던 것. 강두의 트라우마를 아는 문수의 죄책감은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로 문수를 짓눌렀다. “내가 아니라 네가 먼저였어야 했다”며 소리 없이 오열한 문수는 강두를 차갑게 밀어냈다. 강두가 시달려야 했던 환청, 망가진 건강, 성재의 죽음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괴로워하는 문수를 붙잡고 강두는 절절하게 매달렸지만 “나는 너를 보면 괴로워. 옛날 일이 생각나서 자꾸 내가 미워질 것 같다”는 문수의 말에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
재영(김혜준 분)의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강두는 간부전임을 알게 됐다. 진행이 빠르면 며칠 안에 사망할 수도 있는 시한폭탄 같은 병. 이제 겨우 행복해지려는 용기를 냈지만 잔인한 현실을 맞닥뜨린 강두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문수를 찾아가 추모공원 일을 함께 마무리하자고 독려하고 그의 곁에 붙어 있었다. 문수에게 괴로움을 더 얹어 줄 거란 생각에 자신의 상태를 얘기하지 않은 강두는 “직접 말해. 다른 사람한테 얘기 듣게 하지 말고”는 재영의 말에 문수를 찾아갔다. “할 얘기 있는데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냐. 나 지금 아프거든”이라고 절절하게 외치는 강두의 목소리에 문수가 주저하는 사이 강두가 쓰러지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어디가 더 바닥일까 의문이 드는 강두와 문수의 상황과 가슴 아린 애틋한 사랑은 감정의 깊이를 절절하게 만들었다. 끝을 모르고 찾아오던 시련을 함께 이겨냈던 강두와 문수였지만 자신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아픔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문수는 자신 때문에 강두가 더 힘들어졌다는 죄책감에 강두를 마주하기가 버거웠다. “난 너랑 하루라도 행복하고 싶어. 억울해서 몇 배는 더 재밌어야겠다”고 버티던 강두 역시 괴롭다는 문수의 말에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이별마저도 서로를 위한 선택이었던 강두와 문수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괴로워하고 고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가혹한 운명 앞에 강두와 문수의 선택이 엔딩을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아픔과 상처가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지만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강두와 문수의 행보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강두와 문수는 성재의 집을 찾아갔다. 강두는 성재가 꼭 전해달라고 했던 마지막 인사를 십 여 년이 지난 후에야 전할 수 있었다. 문수 역시 성재의 휴대폰을 건네며 그동안 말하지 못한 사실을 전했다.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성재의 엄마와 문수의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추모비도 점점 모습을 갖춰나갔다. 무너진 기둥의 일부를 추모비로 세우려 퍼즐조각처럼 맞춰나가는 강두와 문수의 모습은 마치 무너져 내린 삶의 잔해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여 가슴을 뻐근하게 했다. 피해자의 이름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담긴 명단도 뭉클했다. 유가족이자 생존자인 강두와 문수가 세운 추모비가 상처의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질지 마지막 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