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선 이글스 레전드들의 현역 시절 등번호 부활로 화제를 모았다. 한용덕 감독의 40번, 장종훈 수석코치의 35번, 송진우 투수코치의 21번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특히 장종훈 수석과 송진우 코치는 KBO리그 최초의 영구결번 재사용으로 의미가 남달랐다.
한화는 2005년 장종훈의 35번, 2009년 송진우의 21번과 정민철의 23번이 영구결번 처리됐다. 여기에 또 하나 실질적인 결번이 있으니 바로 99번이다.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괴물 투수' 류현진이 지난 2006년 한화 입단 후 2012년까지 7년간 사용했던 번호다.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가 떠난 후 자연스럽게 한화의 99번은 임시 결번이 됐다. 한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결번으로 남겨두고 있다. 99번을 쓰겠다고 희망한 선수도 없다"고 밝혔다.
류현진이 떠난 다음해인 2013년, 신인 투수 송창현이 대담하게 99번을 달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소 와전된 내용이었다. 당시 송창현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살벌하게 욕먹었다"고 당황했다. 그만한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는 아직 없다.
류현진은 한화 구단 동의하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KBO리그 복귀시 한화로 돌아와야 한다. 류현진도 떠날 때 "난 영원한 한화 선수다. 돌아올 때까지 99번이 비어있으면 좋겠다"며 "99번을 물려주고 싶은 후배도 없다"고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이 국내에 복귀하게 되면 우리한테 우선권이 있다. 그때까지 99번을 쓸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이 종료된다. 지난해 부활에 성공한 만큼 향후 몇 년은 더 빅리그 활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한화는 99번을 비워두며 예우를 다할 생각이다. 과거 삼성도 이승엽이 2004년 일본에 진출한 뒤 그의 등번호 36번이 영구결번 대우를 받았다. 누구 손에도 거치지 않고 2012년 이승엽이 삼성으로 돌아왔을 때 36번이 부활했다. 36번은 지난해 이승엽의 현역 은퇴 후 삼성의 진짜 영구결번이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