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이정후를 찾아라.’
1년 농사를 시작할 시기가 왔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기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본격적으로 2018년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 29일 kt 위즈가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 것을 시작으로 30일부터 스프링캠프 출발 러시가 이어진다. 1년 농사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사령탑들이 구상한 전력을 만드는데 총력을 다 할 전망.
특히 비활동기간(12월~1월)이 제대로 엄수되기 시작한 지 2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비활동기간 동안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몸 상태를 만들어 왔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LG와 kt 등 몇몇 구단의 선수들이 일찌감치 선발대를 자청해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존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려는 마음가짐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모든 팀들의 스프링캠프 화두는 ‘경쟁’이다. 그리고 새얼굴의 등장, 특히 신인 선수들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첫 프로 무대를 경험하게 된다. 신인들의 패기가 스프링캠프지를 뒤흔들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 지난해 이정후(넥센)가 2007년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10년 만의 순수 신인왕을 받은만큼 각 구단들은 올 시즌 역시 ‘제 2의 이정후’가 나타나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바람의 아들’이었던 이종범의 타고난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정후의 사례가 특수하다고 볼 수는 있다. ‘순수 신인왕’의 갈증을 해결했다고는 하나, 다시 한 번 이정후처럼 순수 신인왕이 등장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베이징 키즈’라고 불리며 재목들이 많이 등장했던 올해 신인들이지만,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시기 자체가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지난해 최순실-정유라 사태의 후폭풍으로 학생 선수들은 의무 수업 일수를 반드시 채워야 했기 때문. 신인 드래프트 이후 일찌감치 프로팀에 합류해 기술과 체력 훈련을 받으며 성장을 준비했던 시간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됐다. 시즌 종료 이후 11월부터 열리는 마무리캠프에 신인들도 대거 참가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가능성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1군 코칭스태프들이 본격적으로 신인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스프링캠프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신인들의 구단 합류가 늦어진만큼 자체적으로 신인 육성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시간은 촉박했을 터. 이에, LG와 SK는 신인 선수들을 스프링캠프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 프로 무대에 걸 맞는 몸 상태를 만들지도 못한 채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경우 후유증에 더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구단들은 몇몇 신인 선수들을 명단에 포함시켜 1군 선수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각 구단들의 취약점과 고민들이 맞닿아 있었고, 아마추어 시절 보여준 재능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NC와 kt, 막내 구단들은 가장 많은 5명의 신인을 이번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다. NC는 1차 지명 투수 김시훈과 2차 1라운드 포수 김형준을 비롯해 투수 김재균과 공수빈, 외야수 이국필이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특히 김태군이 빠진 포수 자리 옥석을 가리는데 김형준까지 가세했다.
kt도 1라운드 투수 김민, 2차 전체 1순위 강백호를 필두로 투수 최건, 한두솔, 김병률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강백호는 ‘대형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하고 kt 외야 한 자리에 야심차게 도전한다. 이정후의 뒤를 이을 순수 신인왕 후보 ‘0순위’다.
넥센과 한화가 뒤를 이어 각각 3명의 신인들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투수 박주홍과 김진욱, 내야수 정은원이 한용덕 신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빌 전망. 지난해 이정후라는 신인왕을 배출한 넥센은 1차 지명 투수 안우진이 학교폭력 사태로 캠프 명단 제외의 징계가 내려졌다. 대신, 미국 무대에 도전한 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해결한 투수 김선기와 외야수 예진원, 추재현이 이정후의 뒤를 잇기 위해 캠프에 참가한다.
투수진 새얼굴 발굴에 주력하는 두산은 투수 곽빈과 박신지가 기존 투수들과 자웅을 겨룰 전망이고, 롯데는 3루수 자리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 구도를 격화시키기 위해 내야수 한동희를 데려간다. KIA는 김민식, 한승택, 백용환이 버티는 포수 뎁스를 강화하기 위해 1차 지명 포수 한준수가 캠프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편, 삼성은 아직 스프링캠프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1차 지명 좌완 최채흥과 2차 1라운드 투수 양창섭과 2차 2라운드 투수 김태우의 합류가 유력하다.
과연, KBO리그를 패기로 뒤흔들 ‘순수 신인’들, 지난해 이정후처럼 리그에 새바람을 일으킬 신인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부터 1군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2018년 kt 신인 강백호(위)-2017년 신인왕 이정후(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