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개인 최고 성적으로 마친 두 명의 유격수가 올 시즌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지난해 김선빈(29·KIA)은 그야말로 '다 가진 한 해'였다. 시즌 중반 발목 부상으로 다소 고전하기는 했지만, 식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하며 137경기에서 타율 3할7푼의 성적을 남기며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다. 김선빈의 활약을 앞세운 KIA는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하성(23·넥센) 역시 개인 성적에 있어서는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 김선빈이 정교함에 앞섰다면, 김하성은 강력한 '펀치력'을 앞세워 '거포 유격수'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하성은 138경기에 나와 데뷔 후 첫 3할 타율(.302)을 기록한 가운데, 23홈런으로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을 새롭게 썼다. 비록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을야구에 나섰던 넥센이 7위에 머무르며 김하성 역시 어색한 가을을 보내기도 했지만, 개인으로서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 대열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타격에서 각자의 장점이 명확했다면 수비에서는 팽팽하게 맞섰다. 김하성은 내야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인 1163이닝을 소화했고, 김선빈은 2위인 1056이닝을 소화했다. 실책은 김하성이 18개, 김선빈이 14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활약에서는 김선빈이 판정승을 거뒀다. 김선빈은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357표 중 253표를 얻어 김하성(86표)을 제치고 생애 첫 황금장갑과 입맞춤을 했다. 김하성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개인 타이틀과 함께 팀 우승까지 이끌었던 김선빈의 활약을 넘기에는 무리였다.
지난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만큼, 연봉 협상에서도 둘은 나란히 훈풍을 맞았다. 김선빈은 지난해 8000만원에서 250% 오른 2억 8000만원에 계약했고, 김하성은 역대 5년 차 최고액인 3억 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고액 연봉자 대열에 들어선 만큼 올 시즌 활약도 예고했다. 김선빈은 시즌 종료 후 오른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고질병 지우기'에 나섰다. 김하성은 시즌 종료 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해 국제 대회 경험을 쌓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4년 강정호(31·피츠버그)는 타율 3할5푼5리 40홈런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평화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누가 더 잘했냐'라는 질문에 이견없이 유격수 자리에서 최고였다는 뜻이 담긴 별명이다.
김선빈은 시즌 중 부상으로 다소 고전했던 만큼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많다. 20대 초반인 김하성은 매년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들 외에도 LG 오지환, 두산 김재호, 한화 하주석, kt 정현 등도 올 시즌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과연 2017년 '양강 구도'를 깨고 새롭게 '평화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