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인 동시에 존립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첫 삽을 뗀 독립야구연맹의 최대 과제는 단연 선수들의 금전 지출 줄이기다.
사단법인 한국독립야구연맹(KIBA)는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이준석 신임 총재 취임식을 개최했다. KIBA는 이날 총재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 행보에 나선다. 지난해 연맹 최초 독립야구단 공동트라이아웃을 개최했으며, 오는 3월까지 동계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리그에는 연천 미라클, 서울 저니맨, 파주 챌린저스, 의정부 신한대학교 등 네 팀이 참여한다. KIBA는 3월26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 대장정에 나선다.
하지만 독립야구는 아직 자생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연간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는 선수단의 회비로 충당된다. 선수단은 매월 수십만 원의 구단에 회비를 납부한다. 야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벽 아르바이트로 돈벌이에 매진하는 이들까지 있다. 운동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다.
롯데 감독을 지냈던 양승호 파주 챌린저스 감독은 "일본 독립야구 선수는 매달 소정의 금액을 받는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어쨌든 야구가 돈벌이 수단인 셈이다. 우리 실정에 선수에게 돈을 주는 건 당장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회비 납부만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까지 독립야구 선수로 뛰었던 김상현 저니맨 감독 역시 "프로에서 많은 연봉을 받았던 내게 회비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배 선수들은 달랐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마음아팠다. 회비 때문에 입단을 망설이던 후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시점에서 독립야구는 제도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날 축사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허 위원은 "독립리그는 제도권, 즉 KBO리그 밖의 영역이다. 당시 고양 원더스는 KBO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이준석 신임 총재는 KBO와 긴밀한 관계 구축할 거로 믿는다"라고 격려했다.
때문에 이날 취임식에 정운찬 KBO 신임총재가 참석한 것은 의미있다. 정 총재는 얼마전 타계한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과 일화를 꺼냈다. 호시노와 가까웠던 정 총재는 2007년 잠실야구장서 두산과 한화의 맞대결을 함께 지켜봤다. 당시 정 총재는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라고 물었다. 호시노 감독은 "대표팀이면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추어 야구까지 포함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고 답했다. 정 총재는 "일본야구의 저력과 저변을 느낀 대목이었다. 결국 인프라에서는 여전히 비교가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이러한 인프라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라도 독립야구가 생기를 띄어야 한다는 게 정운찬 총재의 바람이다. 정 총재는 "독립야구연맹 출범 소식을 듣고 '한국야구의 저수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립야구가 야구계를 넘어 우리나라에 힐링 에너지 안겨줄 날을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KBO 홍보대사 이승엽도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독립야구단도 재정적인 부분 해소가 필수다. 결국 지금 독립야구에 필요한 건 관심이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나라도 나서고 싶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일일 코치로 나선다면 관심 가져주는 팬들이 계시지 않을까. 그런 관심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립야구는 프로 무대에서 고배를 마신 선수들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다. 현실에 한 번 부딪혀 고개숙인 이들이 금전적인 부담을 이유로 꿈조차 다시 꾸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독립야구연맹의 가장 큰 과제는 단연 금전 부담 해소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