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바람 "독립야구, 미아 위기 베테랑의 대안"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30 05: 50

차가운 프리에이전트(FA) 시장. 베테랑들이 미아 위기에 놓였다. '국민타자' 이승엽(42)은 언젠가 독립야구가 그 대안이 되길 응원했다.
사단법인 한국독립야구연맹(KIBA)는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이준석 신임 총재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정운찬 KBO총재와 허구연 MBC 해설위원, 이승엽 등 야구계 인사를 비롯,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 이언주 국민의당 국회의원 등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취임식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은 스스로를 '화백'으로 칭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취재진에게 "화백은 화려한 백수라는 뜻이다.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농을 건넸다.

이승엽은 독립야구연맹 출범을 적극 환영했다. 이승엽의 현역 시절인 2012년, 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출범했다. 이승엽은 "당시 허민 구단주가 사재를 털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실제로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 재취업의 길도 열리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등 선진 야구의 좋은 문화를 따라가는 것 같아 좋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고양 원더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해체했다. 뜨거웠던 열정도 재정의 열악함을 이기지 못했던 것. 이승엽은 "야구인들부터 발벗고 관심 갖고 나서야 한다. 좋은 행사가 많이 열려 노출이 돼야 한다. 그렇게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면 기업 스폰십 등을 통해 금전 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승엽 본인부터 적극적인 자세다. 이승엽은 "KBO 홍보대사로서 대구 뿐만 아니라 전국 야구장을 돌아다니는 게 올해 목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취재진에게 "독립야구단에 가서 재능기부 차원에서 일일 코치를 하면 어떨 것 같나?"라고 반문했다. 괜찮을 것 같다는 답에 "비록 은퇴한 몸이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야구 흥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독립야구단이 커질수록 혜택을 보는 건 선수들이다. 최근 KBO리그에는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온정주의'가 사라진 대신 냉정한 현실이 휘감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올해만 해도 FA 선언한 최준석과 이우민이 개장 석 달이 되어가도록 둥지를 못 찾았다. 방출된 30대 중후반 선수들도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기회를 못 잡고 있는 현실이다.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게는 몸값이 쏠리지만 베테랑들에게는 냉혹한 겨울이다.
이승엽은 궁극적으로 독립리그가 이들의 대안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승엽은 "KBO리그 전체가 세대 교체 흐름이다. 베테랑 FA들도 기회를 못 받고 있다. 마냥 야구를 그만두는 게 아닌, 선수로 뛸 기회를 독립야구가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구단에서 베테랑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독립야구에서 현역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연 이승엽의 바람처럼 길 잃은 베테랑들이 독립야구 문을 노크하는 날이 올까.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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