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 동의하지 않는다". 더스틴 니퍼트(37·kt)는 여전히 자신감 가득했다.
kt 선수단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지난 22일 선발대로 떠난 '캡틴' 박경수 등과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담금질에 나선다.
kt의 새 외국인 투수 니퍼트 역시 함께였다. 니퍼트는 지난 4일 kt와 연봉 총액 1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평균자책점왕' 라이언 피어밴드와 함께 kt 외인 마운드를 구성한다.
니퍼트의 커리어야 더 말할 필요 없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7년간 185경기에 등판해 1115⅔이닝을 소화하며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94승-917탈삼진 모두 외인 역대 최다 기록.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니퍼트는 지난해 9월 이후 5경기에 등판했으나 25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부진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며 열흘 텀도 뒀지만 무위였다. 현장에서는 '구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출국 전 만난 니퍼트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니퍼트는 "지난해 부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말했다. 이어 그는 "2016년 대비 평균자책점은 떨어졌다. 하지만 이닝이나 퀄리티스타트, 탈삼진은 오히려 많았다"라며 "안 좋은 것만 보면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관점 차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니퍼트는 '커리어하이'였던 2016년 28경기서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지난해 30경기서는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 탈삼진(142개→161개)과 이닝(167⅔이닝→179⅔이닝), 퀄리티스타트(19차례→20차례) 모두 늘었다. 9이닝당 탈삼진도 7.62개에서 8.06으로 소폭 상승. 구위 하락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두산 시절부터 니퍼트와 함께했던 정명원 kt 투수코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정 코치는 "다시 한 번 좋은 모습 보일 거로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에서 계약한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커리어가 오래된 선수다. 안정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린 걸로 안다. 구위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니퍼트를 치켜세웠다.
홈구장이 달라진 것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 니퍼트는 KBO리그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넓은 축에 드는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썼다. 이제는 홈런이 잦은 kt 위즈파크가 홈구장. 실제로 니퍼트는 지난해 원정 13경기서 평균자책점 6.36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니퍼트는 별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KBO리그 7년간 잠실야구장에서만 뛰었던 건 아니다. 수원은 물론 대구, 대전에서도 뛰었고 성적이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며 우려를 지웠다.
니퍼트는 두산과 재계약이 불발되며 은퇴까지 고려했다. 현역 연장 자체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kt가 손을 내민 것. 니퍼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절치부심했다. 본인에게 뒤따르는 노쇠화는 걱정말라는 반응. 만일 니퍼트가 전성기 시절에 근접한 모습이라면 kt의 탈꼴찌, 5할 승률 목표는 한결 가까워진다. 니퍼트의 호언장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