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상화를 찾아라?
kt의 이번 겨울 테마는 단연 '불펜 강화'다. 지난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그 첫 단추를 뀄다. kt는 2017 2차 드래프트에서 좌투수 세 명을 지명했다. 주인공은 조현우(전 롯데)와 금민철(전 넥센), 김용주(전 한화). 선발과 불펜 모두를 오갈 자원이지만 코칭스태프는 이들을 불펜 자원으로 염두하고 있다.
지난해 kt에는 심재민과 홍성용 정도를 제외하면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었다. 심재민을 두고 선발 카드로까지 고민했으나 결국 불펜에 남겨둘 전망이다. '마당쇠' 심재민까지 선발진으로 옮긴다면 좌완 계투진의 무게감이 더욱 떨어질 거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데려온 선수들의 연착륙 없이는 심재민의 선발 전환도 쉽지 않을 전망.
거기에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고창성까지 데려왔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고창성은 KBO리그 6시즌 통산 242경기 출장, 246⅔이닝, 15승 12패 56홀드 175탈삼진,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엄상백을 제외하면 마땅한 옆구리 투수가 없기에 '전성기 구위'를 되찾는다면 팀에 큰 보탬될 전망이다. 고창성은 "몸 상태는 전혀 이상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한 모든 투수진 영입은 불펜에 맞춰져있다. kt는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5.86으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불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김진욱 감독은 "어떻게든 5선발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은 불펜 강화가 목표다"라며 "몇몇 팀들이 내건 '시즌 초반 6선발' 카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선발투수들 투구수 조절하며 불펜 활용으로 시즌 초반 위기를 타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든 늦겨울과 초봄, 불펜투수들에게 많은 역할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고민은 불펜의 양적 강화로 이어졌다. 물론 144경기 체제에서 투수진의 머릿수는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선발진이 탄탄하지 않은 kt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적당한 투수 몇 명보다는 특급 투수 한 명의 영향이 더욱 큰 게 사실이다. 결국 이번 겨울 수혈한 선수들이 현재 기대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예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2015시즌 종료 후 kt 유니폼을 입은 이상화다. kt는 2015년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이진영과 내야수 김연훈, 투수 이상화를 지목했다.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가운데서도 세 번째로 지명된 이가 이상화다. 하지만 이상화는 반전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이상화는 이적 첫 시즌인 2016년 16경기에 등판해 32⅔이닝을 소화하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99를 기록했다. 2차 드래프트 3라운더의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만개했다. 이상화는 70경기에 등판해 66이닝을 소화하며 4승3패 6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김재윤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팀의 '클로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kt 이적 전까지 6승14패1세이브를 기록했던 모습과 완전히 딴판. 이상화는 올 시즌에도 김재윤과 더불어 kt 수호신 0순위로 꼽힌다. 특별히 구위나 제구의 비약적 상승이 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이상화는 '자신감 툴'을 장착했고,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만일 올 겨울 kt 유니폼을 입은 조현우, 금민철, 김용주, 고창성 중 한두 명이라도 이상화만큼의 반전을 이끌어낸다면 kt 불펜진은 한결 단단해질 전망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