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지의 마법사’는 시청자들로부터 ‘힐링예능’이라는 간판을 받았다. 애초 스스로 ‘힐링예능’을 표방하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들이 나서서 이 호칭을 달아준 프로다. ‘오지의 마법사’를 이끄는 김준현 PD는 “반응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런 칭찬이 정말 감사할 뿐”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MBC ‘오지의 마법사’는 지난해 6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행 티켓을 거머쥔 프로그램이다. 많은 예능들이 격전을 펼치는 일요일 예능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오지의 마법사’는 특유의 느리고 따뜻한 매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뜨끈한 욕조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오지의 마법사’는 시청자들의 일주일 피로를 풀어주는 힐링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첫 내부시사 때 연예인들 데리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찍어왔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웃음) 신선하다는 반응과 심심하다는 반응이 엇갈렸고, ‘이게 될까?’라는 의아함을 드러내는 반응이 있었다. 독한 예능이 많은데, 우리는 아예 이 반대로 해보자며 시작한 프로였다. 제작진도 숨고, 담백하게 편집하고, 유명인들을 그저 하나의 ‘배낭여행객’으로 만들어서 여행 속 희노애락을 담담하게 전달하자고 했다. 반신반의한 반응을 받으면서도 ‘일단 우리식으로 해보자’고 밀어붙였다.”
그렇게 ‘반신반의’ 속에서 출발한 ‘오지의 마법사’는 조용하고 강했다. 초반 반응은 미미했지만, 점점 이들만의 담백한 매력에 이끌린 시청자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반응을 걱정했던 김준현 PD에게 ‘힐링 예능’이라는 호칭은 그야말로 찬사와도 같았다. 김 PD는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 PD는 “출연자들도 여행을 거듭하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이 성장 과정을 담는 게 ‘오지의 마법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수로 씨가 처음엔 외국인에게 쉽게 말을 못 걸었고, 쑥스러워하고 그랬다. 이제는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건다. 그런 걸 보면서 출연자들도 여행의 성장을 겪었다고 하나. 그런 게 느껴진다. 전에는 의식주 문제에 쫓겨서 그냥 지나쳤던 여행 풍경들도, 지금은 출연자들이 먼저 궁금해하고 다가간다. 여행하는 시야와 마음이 많이 커졌다는 게 느껴진다. 그게 우리 프로가 담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러면서 출연자들도 어느 새 ‘제작진화’가 됐단다. 주변에 프로그램 출연을 추천해주고, 여행하면서도 ‘이런 거 어떨까’라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낸다고. 전적으로 출연자가 채워가는 프로그램인데,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욱 편해졌다며 김 PD는 웃음을 지었다. 공란을 더 만들어놓고 출발해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단다. 여행의 ‘기승전결’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김 PD는 이제 출연자들이 멋진 한 편의 여행기를 만들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우리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만 구성된 게 아닌, 하나의 기승전결을 만들고 싶어 그걸 염두에 두고 루트를 짠다. 아무 것도 없이 출발해서 그 부족함을 따뜻함으로 채워가는 그런 한 편의 시나리오가 되길 바랐다. 그걸 써내려가는 건 출연자들이다. 전엔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의 주였는데, 지금은 ‘너무 쉽게 써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숙하게 됐다. 펜이 아닌 본인들의 발로 만들어가는 여행기에 출연자들도 뿌듯해하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로 들어선 ‘오지의 마법사’. 김준현 PD는 “어떻게 하면 지금의 매력을 안 놓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여행의 매력을 전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들이 그들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느끼는 여행의 진수를 전해주는 게 ‘오지의 마법사’ 목표라고.
“관광객들이 많은 곳은 그런 진수를 느낄 수 없다.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고, 그들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는 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다. 처음엔 무전여행이라는 것 때문에 ‘한국 망신시키는 프로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받았는데, 그건 우리 제작진부터 경계하는 거다. 우린 우리에게 낯선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삶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으로 채우고 싶다.”
지금은 그 초반의 ‘끈끈한 유대감’ 같은 걸 놓치고 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다는 김준현 PD는 “우리만의 그 매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초심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출연자도 단골, 시청자도 단골”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김 PD는 “단골들이 실망하는 그런 맛집은 되고 싶지 않아요”라며 앞으로도 ‘오지의 마법사’가 걸어온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오지의 마법사’ 홈페이지.